밴 업계 타격..."리베이트 소지 여전…대형가맹점만 혜택볼 것"
[뉴스핌=이지현 기자]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부가통신업(VAN 밴)사가 중간에 승인 및 전표 매입 등 결제 대행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밴사 없이 카드사와 가맹점 간 직승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밴사는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직승인을 사실상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금융위는 "여신전문업법상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카드 거래에 부가통신업자(밴사)의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다만 이 같은 직승인 체계를 구축하려면 카드사와 가맹점 간 적격비용 원칙에 반해 과도하게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가맹점 단말기 역시 정보 보안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조건을 덧붙였다.
가맹점 카드 단말기 보안만 철저히 지켜지고, 카드사와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다면 직승인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밴 수수료가 줄어드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도 낮춰줄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가 빠지면 인하되는 수수료만큼 가맹점에게 더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간 직승인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문제는 밴사다. 밴업계는 직승인이 활발해지면 영세 밴 사업자 등이 타격을 받고 업권 자체도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밴사는 그간 직승인을 통해 아낀 밴 수수료로 가맹점에 수수료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리베이트'라고 주장하며 반대해왔다.
금융위 역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승인을 사실상 불허했다. 지난해 유권해석에서는 "일부 계약당사자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수수료를 인하할 가능성과 보안상 문제 등의 소지가 있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1년 만에 입장을 바꿔 직승인을 허용해준 것은 정부 정책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보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수수료율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하는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 정책에 따라 수수료율을 내렸다"면서 "보상 차원에서 카드업계에서 그간 요구해오던 것들을 허용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밴 업계는 금융위의 이 같은 유권해석에 대해 리베이트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인지 등을 질의할 예정이다. 또 직승인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대형 가맹점 밖에 없는 만큼 가맹점간 형평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권해석에서 리베이트가 없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제 발생 소지가 없는지 등을 업계 차원에서 금융위에 질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직승인을 허용하면 보안성을 갖출 수 있는 가맹점은 대형 가맹점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대형 가맹점만 직승인에 따른 혜택을 보고 영세 가맹점은 못 볼 것이다. 가맹점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