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납이 소비자 권익제고? 자동이체가 더 싸”
수수료 인하한 카드업계 위한 정책 아니냐는 비판도
[뉴스핌=이지현 기자] "보험료를 매달 카드로 납부하는게 소비자 권익 제고에 도움이 될까요? 보험료 납부 방식은 자동이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죠."
금융당국이 지난 21일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험료 카드납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국은 '보험료 카드납부는 보험사와 카드사 간 개별 계약 문제이므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터여서 더욱 당황스럽다는 것.
현재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보험사 41개 중 31곳은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25곳 중 16곳이, 손해보험사는 16곳 중 15곳이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 보험 등 비교적 보험료 단위가 작은 보장성 보험이 많다 보니 보험료 카드납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는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처럼 장기간에 걸쳐 저축의 개념으로 드는 보험이 많다 보니 카드납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의 경우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빚을 내 저축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면서 "거기에 카드 수수료 등의 부담이 있다 보니 생보사들은 카드납이 활성화 되어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한화·교보·ABL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아예 보험료 카드 수납을 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만 받고 있으며, 미래에셋생명은 보장성 보험에 대해서만 카드납을 허용하는 등 대부분의 보험사가 카드납을 부분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험료 카드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금융당국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왔다. 보험료 카드납은 보험사와 카드사 간 개별 계약이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것.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이슈가 떠오르면서 보험료 카드납 확대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당국 입장이 불개입 원칙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원칙만 고수할 수는 없는 일 아니지 않느냐"면서 "저축성 상품을 카드로 결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알고 있고, 보험사 및 카드사들과 앞으로 논의해 어느 정도까지 카드납을 허용할건지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사전 논의가 없었던데다, 과연 카드납 확대가 소비자 권익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결국 당국이 소비자 권익 제고라는 명목을 내세워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내는 것은 한 달 정도 늦게 보험료가 청구된다는 것 외에는 없다.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점은 계좌이체나 다를 바가 없다"면서 "특히 최근 많은 보험사들이 자동이체 고객에게는 매달 1%의 보험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굳이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내는 것이 얼마나 소비자 편의가 높아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어려워지자 당국에서 숨통을 틔워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가맹점주 부담 완화를 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카드사들이 수익 내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이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주기 위해 카드 결제가 없었던 보험 부분을 손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