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단지, HUG 분양가 규제 안받아
[뉴스핌=백현지 기자] 국내 주택분양시장에서 후분양제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선분양제보다 실수요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후분양제는 주택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국내 신규 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선분양제를 선택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후분양제를 채택하면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HUG는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매매가의 11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후분양제 단지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시공사 자체보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금융비용 증가요인이 수분양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역 주변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최주은 기자> |
최근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조합이 자체적으로 후분양제를 택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자 시장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가 분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 시공사 입찰에서도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나란히 후분양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시공사로 선정된 이유도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사업자금을 조달할때 발생하는 이자비용과 리스크 비용까지 분양가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공사자금을 조달한다면 연간 이자부담은 3%후반에서 4%대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같은 아파트 대규모 분양사업에서는 선분양이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같은 사업지에서도 후분양제를 선택할 경우 분양가가(선분양제와 비교했을 때) 20%가량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분양제의 문제점은 단순히 고분양가 뿐 아니다. 후분양제는 일반적으로 착공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가능하다. 즉 수요자들은 계약부터 입주까지 짧은 기간 내 잔금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는 약 500가구를 후분양제로 공급했다. 당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미계약이 상당수 발생했다는 것.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의원(국민의당 전북전주시병)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공주택 분양 사업지 뿐 아니라 민간택지까지 전면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