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체들, 미국→중국·일본으로 발걸음 옮겨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이 지나친 중독과 남용으로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그간 수요가 부진했던 일본과 중국에서는 인식 및 정책 변화가 나타나면서 진통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매일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142명이 숨지는 미국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중독 치료 등 해결을 위한 조치가 마련되는 분위기다. 반면 과거 중독 위험에 사용을 기피했던 일본과 중국에서는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오피오이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베이비부머 수요' 급증하는 일본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고령으로 진입하면서 만성통증에 사용되는 진통제 시장이 덩달아 활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본 1인당 오피오이드 연간 소비량 추이 <출처=페인앤폴리시스터디그룹/블룸버그 재인용> |
일본 리서치업체 후지 게이자이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7년 동안 진통제 판매는 17억달러 정도로 현재보다 62% 정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 위험 때문에 의사들조차 사용을 꺼려했지만 고령이 된 베이비부머들이 만성 질병으로 인한 통증에 생산성까지 떨어지자 정부부터 적극 진통제 활용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만성 통증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1조9500억엔에 달한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작년 6월 발표한 경제 성장 계획의 일환으로 만성통증 치료책 개선안을 약속한 상태이며, 올해는 보건부가 만성통증환자 치료와 관련해 지정 의료기관과 병원에 대해 자금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 암 때문에 중국서도 '인기'
과거 영국과 아편전쟁을 치르면서 오피오이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졌던 중국에서도 암환자 급증으로 오피오이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늘어난 암 환자 때문에 중국 당국이 지난 2011년부터 오피오이드에 대한 태도를 바꿨고 합성 오피오이드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서 지난 2000년 210만명이었던 신규 암 환자수는 2015년에는 430만명으로 급증했고, 높은 흡연율과 대기오염으로 폐암 환자들이 가장 빠르게 늘었다.
암 환자들과 더불어 치과 수술 등에도 오피오이드가 활발히 활용되면서 중국 진통제 시장은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제약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진통제 시장은 지난 한 해 동안 5억3000만달러로 20%가 늘었다. 중국 전체 의약품시장 성장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일본 중국으로 진출 서두르는 기업들
<출처=블룸버그> |
일본과 중국에서 오피오이드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면서 관련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지 업체인 시오노기제약이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 판매 승인을 신청했으며 작년 3월에는 만성 허리통증 치료제로 항우울제인 '심벌타(Cymbalta)' 사용을 승인 받았다.
또 다른 일본 제약업체인 다이이치산쿄는 3월부터 옥시콘틴 복제약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암 환자용 진통제인 '나루라피드(Narurapid)'와 '나루수스(Narusus)' 판매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 2010년 일본에서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리리카(Lyrica)' 판매 승인을 받아 지난해 판매약 인기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제약기업 엔도 인터내셔널은 현지 파트너업체 니혼 시냐쿠를 통해 2010년부터 암 치료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Tramadol)'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옥시콘틴 제조사인 먼디파마가 의사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영상을 배포하는 등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 상태다.
한편, 중국의 경우 현지 진통제 제조업체가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 제약사 바드파머의 진통제 '옥시코돈'이 중국 시장의 6.5%를 차지하는데 그친 반면 양쯔강제약그룹의 진통제 '데조신'은 지난해 매출이 급증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