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가상계좌 서비스 거부...범죄 연루 신고 잇따라
[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2위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이 지난 7월 이후 두 달 가깝게 신규 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이 범죄에 이용한 계좌가 있다는 이유로 가상계좌 개설 서비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코인원의 경쟁사인 빗썸과 코빗이 시중은행의 가상계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 7월 25일 이후 신규 회원에게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회원가입은 되지만 가상계좌가 발급되지 않아 코인원 내 입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래소 내 원화를 가상화폐로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코인원은 두 달 가까이 신규 회원 유입을 받지 못한 상황. 이는 앞으로도 개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코인원 관계자는 “당초 우리은행과 계약을 맺고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우리은행 측에서 계약을 해지한 이후 현재까지 다른 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은행들과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서비스 재개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코인원은 당초 산업은행과 가상계좌 계약을 맺었지만 금융 범죄에 가상계좌가 이용됐다는 신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지난 7월 17일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기 시작하고 8일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코인원에서 가상계좌를 범죄에 이용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은행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약 9일 만에 우리은행에 접수된 가상계좌 불법 신고 건수는 약 90에 달했다. 정확한 범죄 사실은 코인원 내부적으로도 파악되지 않았다. 특정 범죄에 우리은행의 가상계좌가 대거 이용됐다는 정도다. 이는 당시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코빗과 달리 코인원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코인원 측은 “당시 어떤 범죄에 악용됐는지, 왜 코인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수사당국에 제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코인원의 공지. <사진=코인원> |
은행권에서는 코인원의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코인원의 가상계좌 제공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계좌 제공은 간단한 계약상 문제지만 관련 범죄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는 선뜻 계약에 나설 곳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인원이 최근 오프라인 가상화폐 거래소를 오픈한 것이 온라인 상 신규회원 모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코인원은 최근 여의도 IFC몰 인근에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블록스를 오픈했다.
결국 이 문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가상화폐는 범죄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 돼 왔다.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얼마나 안정성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은행권의 태도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빗썸은 해킹사고 이후 KB국민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 제공 서비스 중단을 통보 받았지만 이후 신한은행과 계약해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코빗은 현재까지 우리은행과 별 다른 잡음 없이 가상계좌 제공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