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실리콘밸리에 가상화폐 붐이 일어 주목된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우회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닷컴버블처럼 또 하나의 버블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프로토콜 랩스의 발명품 분산파일공유시스템(IPFS)은 누구나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컴퓨터 저장공간을 사고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 이름만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투기자들은 그 이름만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IPFS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은 분위기다. 아직 글로벌 컴퓨팅 리소스가 초기에 있고 그것이 성장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선도적인 기업 아마존과 같은 거인과 경쟁을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프로토콜 랩스는 직접 창출한 가상화폐 파일코인을 온라인에서 팔아 2억50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가상화폐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은 지난주에 마무리됐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가상화폐공개(ICO)다. ICO는 올해 미친듯이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테찌, 아톰스, 베이직어텐션토큰스 등 새로운 화폐 매각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이 무려 18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를 포함한 다른 가상화폐들이 거래되는 비공식 온라인 시장에서 매니아들은 더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탄생 5년차인 가상화폐 리플의 가격이 올해들어 그간 비트코인이 이끌었던 열기를 능가한 것이다. 리플의 명목가치는 올해초 5억달러에서 35억달러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19억달러로 그 열기를 식히고 는 것.
<출처: 블룸버그, 코인데스크, 리플> |
가장 잘 알려진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해 값이 8배 올랐다. 이제는 사상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가상화폐들의 명목가치가 1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 여름들어 나타난 이런 붐은 벌써 투기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코인마켓탭은 1100가지 이상의 가상화폐 시세를 공시하고 있고 올해만 벌써 150개의 가상화폐가 새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전혀 규제받지 않는 투기세력 때문으로 규제당국도 더는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중국당국이 ICO를 금지했을 뿐 아니라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한다. 영국의 규제당국도 ICO에서 가상화폐를 매입할 경우 몽땅 잃을 각오를 해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회사내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직원은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부터 가상화폐 옹호자인 실리콘 밸리의 벤쳐캐피탈리스트 팀 드래퍼는 "최근 양상은 과거 인터넷의 초기와 많이 닮았다"며 "우리가 경험한 것 보다 더 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긍정론을 폈다. 이미 화석화되고 있는 인터넷 세상을 뛰어넘는 자유주의적인 꿈을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측면을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다. 보스톤대학 금융리스크관리교수 마크 윌리엄스는 "생각하지 않고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2000년에 폐쇄한 펫닷컴과 같다"고 말했다. 1990년대의 닷컴 광풍처럼 병적인 유행이 투기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마치 복권처럼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출처: 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