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24시간 내내 가동, 경부하 요금 폐지시 비용↑
[뉴스핌=김겨레 기자] 전자업계가 내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심야 시간대와 주말 요금을 할인해주는 '경부하 요금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대형 설비를 멈출 수 없는 부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전자 부품업체는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심야시간이나 주말 전기료가 올라도 이들 업체는 생산라인을 멈추기 어렵다.
완제품 조립공장은 수요에 따라 멈추기도 하지만 부품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대형 생산 설비를 껐다가 재가동하는게 때로는 전력 소모가 더 크다.
미세 공정을 위해 먼지가 없는 '클린룸'도 24시간 내내 유지해야한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이 30초만 정전돼도 수백억 손실이 난다"며 전력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년 내내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그만큼 전기료도 많이 든다. 국내에서 현대제철 다음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삼성전자는 2015년에만 전기 요금으로 9662억원을 지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도 2015년 기준 국내 전력 소비 4~6위를 차지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곳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절반이 전자업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11일 "산업용 전기 경부하 요금 (손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폭을 축소할 경우 기업들이 더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9494억원에서 최대 4조9192억원에 달한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전기료 지출이 늘면 곧 제품 생산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제품 가격 인상 압력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제조사 관계자도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 전기료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상폭이 너무 가파르다"며 "전기료 인상에 따른 대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껴쓰는 것 외에 딱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84.2%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은 15.3%, 일반(상업)용은 23.0%였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