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과공급, 규제 등 위험 요소로 꼽혀
[뉴스핌=허정인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수출 호조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급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신용도 향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홍 S&P 아태지역 기업신용평가부문 한국기업 신용평가 팀장(이사)은 14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 한국 신용도 개선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기업의 전반적 신용도는 최근 개선 추세에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기업을 추격하고 있는 점,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 감소가 우려되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S&P는 올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신용등급은 수익성 부진으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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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 감만부두 <사진=뉴시스> |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신용도 개선의 3가지 동력으로 ▲수출 호조 ▲안정적 저유가 환경 ▲제품 차별화를 꼽았다. 이 세 요인으로 수혜를 입은 업종은 전자·반도체, 정유·화학이다.
올해 8월까지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52% 성장했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전자 산업 관련 제품 비중도 지속적으로 상승세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우호적인 흐름도 하반기 호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저유가는 정유·화학 업종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15년 이후 정유·화학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고 잉여현금창출로 차입금이 감축됐다”며 “최근 수익성이 16년 고점 대비 다소 하락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LG전자는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 높은 신용도를 획득했다. 박 이사는 “포스코는 프리미엄 제품 매출 증가로 경쟁력을 유지했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가전 부문의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3가지 위협 요인도 존재한다. ▲중국 위험 ▲초과공급 위험 ▲규제 위험이 우리나라 기업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시킬 수 있다고 박 이사는 지적했다.
현대 기아차의 경우 올해 2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47% 가량 감소했는데 여기에는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SUV 수요 증가 등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도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수퍼 호황기에 있는 전자·반도체 업종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 박 이사는 산업 내 투자가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초과공급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이는 SK하이닉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또 진입장벽이 낮은 디스플레이 채널 시장에 중국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삼성 및 LG디스플레이의 향후 실적은 ‘프리미엄 패널의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규제위험은 한전 및 통신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비중 확대 등으로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고, 통신요금 규제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이 통신 유통업의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이사는 “2015년 이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데는 정유·화학, 전자, 전력 등 산업이 주도했다”며 “현재 약 86%의 한국기업들이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 중이지만 추가적인 신용도 상향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