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비트코인의 '수도'…일본엔 비트코인 ATM도
중국 전면 규제 "가상화폐, 법정화폐 되긴 어렵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투자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전재산을 몰빵해서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있지만, 자칫하면 쪽박을 찰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에 법정화폐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독일, 비트코인의 '수도'…일본엔 비트코인 ATM도 있다
독일은 주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법정화폐로 인정한 나라다. 일부 비트코인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수도(Bitcoin capital)'로 불릴 정도다.
독일 연방금융감독기구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트코인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정한 바 있다. 비트코인 거래로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된다. 독일에는 다양한 비트코인 커뮤니티도 활성화 되어 있다. 비트코인랩 베를린은 주로 '룸77'이라는 바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일본도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자결제나 신용카드 결제에 익숙한 외국인들을 겨냥해서 비트코인을 화폐의 보완재로 활용한 것이다.
일본 됴쿄의 한 대형상가 카운터.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써 있다.<사진=뉴스핌 김선엽 기자> |
비트코인 앱으로 검색하면 도쿄에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 열 곳 정도 있다. 도쿄의 빅카메라 유라쿠쵸점에서는 카드나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열고 점원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송금과 함께 결제가 끝난다. 도쿄 롯폰기 거리에는 비트코인을 엔(¥)화로 바꿀 수 있는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있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거래 통화로 삼은 채권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일본 재무정보 제공업체 피스코는 200 비트코인 가치를 가진 3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피스코 측은 해당 비트코인 채권이 3%의 쿠폰 이자를 지불하고, 만기에 200개의 비트코인을 되돌려 준다고 밝혔다. 피스코는 비트코인 채권이 일본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도록 정기적인 회사채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 비트코인 채권은 당시 책정된 가치가 81만3000달러다.
마사유키 타시로 피스코 최고제품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는 "비트코인 채권 거래로서는 최초"라며 "비트코인 채권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일지를 테스트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법정화폐 되긴 어렵다"
세계 각국에선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3주 내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법적지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법정화폐의 주요 기능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공식 인정을 하는 화폐가 되려면 ▲상품가치의 척도 ▲유통수단(교환의 매개) ▲가치저장수단 ▲지불(결제)수단 ▲세계화폐(국제거래수단) 등 모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 비트코인은 저축(가치저장의 수단)이나 교환(유통수단)이 될 수 있지만 나머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은 법정화폐로 인정받는 데 큰 제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얼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랜섬웨어 공격도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랜섬웨어 사건의 해커는 해킹을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에 일반 주식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ICO는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IPO로 주식을 공개한다면 ICO는 자신들이 만든 가상화폐를 투자자에게 나눠주면서 그 대가로 비트코인 등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받는 것을 말한다. 판매 방식도 금융·증권회사를 거치는 IPO와 달리 ICO는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다수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이 ICO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의 가치 급등 때문이다. ICO에서 발행한 새 가상화폐도 이들처럼 가치가 급등해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 가상화폐공개(ICO) 위험 경보.. 중국은 "전면 중단" 규제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미국 SEC는 ICO를 활용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시장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공동 개발자 중 한 명인 찰스 호스킨슨은 ICO를 통해 투자금을 모은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기존 IPO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금 출처 입증 등의 안전조치를 생략한 경우가 많아 향후 법적 공방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칼럼니스트 매튜 린은 머니위크 기고문에서 "우린 모두 비트코인에 호되게 데일(Burned)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 오름세는 정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과 은감위, 증감회 등 관련당국은 ICO가 불법적이라며 이를 통한 모든 자금조달은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경제및 금융질서를 방해하는 불법금융 활동에 참여가 의심되는 자금조달 행위에 대한 ICO 등은 본질적으로 불법판매이여 불법행위로 승인되지 않은 공모행위"라고 규정했다.
중국 관련 당국들은 ICO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이미 진행된 자금조달에서 불법적인 부분은 처벌하고 이후의 디지털 토큰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60개 ICO플랫폼을 리스트를 공개하고 지역규제당국이 이를 조사키로 했다. 더불어 인민은행은 어떤 플랫폼에서라도 법정화폐와 가상화폐간 환전을 전면 금지하고, 시중은행이나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안전기술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까지 실시된 ICO는 총 65건으로 총 26억위안(약4500억원)이 조달됐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