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에틸렌 생산설비 대거 가동중단
당초 공급과잉 우려서 올해까지는 업황 '맑음'
[뉴스핌=정탁윤 기자] 플라스틱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기록, 국내 에틸렌 생산업체들이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허리케인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며 시장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하반기 미국의 ECC(에탄분해설비) 물량이 대거 나오며 에틸렌 공급과잉 우려까지 있었던데 비하면 드라마틱한 상황변화다.
올해 2분기 잠시 주춤했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국내 에틸렌 생산 1위 업체인 롯데케미칼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에틸렌 가격은 톤당 1210달러 정도를 기록, 전월 대비 25.3% 급등했다. 특히 지난달 25일에는 톤당 1281달러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가인 1324달러(2월)에 근접했다.
원료인 원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 에틸렌은 올 초만 해도 톤당 1200~140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둘수 있었던 배경이다.
당초 미국 미국업체들이 올해 하반기 잇따라 에틸렌 생산 설비를 증설,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 우려가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미국 텍사스만 연안을 강타하면서 생산설비가 가동을 중단, 하반기 에틸렌 공급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에틸렌 설비는 현재 허리케인의 타격을 입어 1000만톤 이상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미국의 에틸렌 생산설비 가동중단 규모가 미국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피해 복구 및 정상 가동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국제 에틸렌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과 달리 적어도 올해 까지는 에틸렌 업황 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에틸렌 공급 부족으로 롯데케미칼은 최근 인도네시아 공장이 약 열흘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국내 폴리에틸렌(PE) 공장의 가동률도 일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의 에틸렌 연간 생산 규모는 롯데케미칼이 국내외 포함 323만톤으로 가장 많고, LG화학 220만톤, 여천NCC 195만톤, 한화토탈 109만톤, SK종합화학 86만톤, 대한유화 80만 톤 등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에틸렌 시황 호조로 사상 최대 규모인 2조54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생산한 에틸렌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면서도 "다만 에틸렌 시장 가격이 올라가지 간접적인 영향은 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