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의원, 면세 대상 저소득자 축소 개정안 발의
전문가 "방향 맞지만 로드맵 없으면 조세저항 직면"
[뉴스핌=조세훈 기자]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종교인과 저소득자 등 근로소득세 면세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민 절반에 가까운 근소세 면세자 비율을 최소화하자는 법안도 제출됐다.
정치권에서는 종교인과 저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부과 시기와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근소세 확대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24일 뉴스핌이 만난 조세전문가들은 근소세 논의가 확장되고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포괄적인 조세개혁 로드맵을 마련해 차근차근 추진해가지 않으면 자칫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2일 연 소득 2000만원 이상 근로자들이 세액공제를 받은 후에도 최소 12만원의 근소세를 내도록 하는 일명 '당당국민법'(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2015년 기준으로 세액공제를 받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46.8%의 근로자를 과세권으로 편입시키려는 '넣기' 시도다.
이 경우 세수효과는 연평균 2263억원, 5년간 1조13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이 의원은 추계했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된 이후 소득 면세자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3년 32.4%에서 2014년 48.1%, 2015년 46.8%로 증가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실정이다. 2014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일본 15.8%, 독일 19.8%, 캐나다 22.6%, 호주 23.1%, 미국 35% 수준이다.
이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사업가, 노동자, 종교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월 1만원씩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중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원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부터 근소세 납부대상에 포함되는 종교인에 대해선 '빼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지난 9일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2020년 1월로 2년 미뤄진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유예를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 의원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면,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종교인 '세무조사 금지'란 조건부를 붙였다.
정부는 일단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반 조치들을 기재부와 국세청이 차질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은 즉각 시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은 78.1%를 차지했다.
소득세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사실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핀셋증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득세 과표는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과표구간의 세율이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은 40%에서 42%로 바뀐다.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고소득자에 한정됐지만, 이후 정치권에선 소득이 있다면 최소한의 납세 의무를 져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차원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조세전문가들은 소득세 개편 논의가 활성화된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큰 틀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핀셋 증세가 한계를 지닌 것이기에 이후 여러 조세논의가 확장되고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세금정치는 국민합의와 동의를 이끌어가면서 가야하는데 이종구 의원 취지와 무관하게 조세저항을 유발할 수 있다"며 "포괄적인 조세개혁 로드맵 속에서 중장기적 방안으로 소득 면세자 축소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조세는 형평성이 핵심원리지만 소득세는 형평성과 함께 불평등을 교정하는 소득재분배가 핵심"이라며 "때문에 국민이 면세자 비율 축소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불평등을 교정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금융 자산소득· 부동산 임대소득·양도소득 등의 분리과세를 종합소득으로 일원화는 등 종합적인 조세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