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그는 잔혹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다. 김광일이 범인임을 직감한 경찰 채이도(김명민)는 곧장 V.I.P를 뒤쫓는다. 하지만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의 비호로 번번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난다.
그의 말대로 판은 커졌고, 세계관은 확장됐다. 이번엔 기획 귀순이다. 박훈정 감독이 신작 ‘브이아이피(V.I.P)’로 충무로 최초로 기획 귀순자를 수면 위에 올렸다. 그간 경찰과 검찰(부당거래), 경찰과 조폭(신세계) 등 조직 간의 알력 다툼을 그렸던 박 감독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활용, 기관 그리고 국가 간의 충돌과 암투에 집중했다.
국정원부터 경찰, CIA, 북한 공작원, 북한 V.I.P까지, 관계는 다양하다. 박 감독은 이들을 한 사건으로 연결해 뒤섞었다. 이야기는 프롤로그, 용의자, 공방, 북에서 온 귀빈 브이아이피, 에필로그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눠 속도감을 챙겼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현 대한민국 국가 기관의 폐해와 한계를 지적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담아냈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연쇄살인범을 설명하기 위한 상황들이다. 불편함보다 불쾌감에 더 가깝다.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렇게까지 잔혹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박 감독은 여전히 여성 캐릭터를 잔인하게 소비했다. 국정원 요원도 예외는 없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또 다른 소스가 되는 만큼 분량은 많고 묘사는 적나라하다. 거슬리지 않기 힘들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다만 각 캐릭터의 깊이가 없고, 성기다. 물론 캐릭터 무비가 아닌 사건 중심의 영화라고 하니 이 지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과물을 놓고 ‘신세계’(2012)와 비교하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2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