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애니메이션 '코끼리와 할아버지' 편과 원작 만화(오른쪽)에 등장하는 대사. 일본이 전쟁에 진다는 도라에몽의 대사가 눈에 띈다. <사진=유튜브 캡처> |
[뉴스핌=김세혁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이 자국의 패전을 솔직하게 인정해 눈길을 끈다.
중국 인민망은 최근 기사를 통해 '도라에몽'에 "일본이 전쟁에 진다"는 대사가 등장하는 것은 창작자가 지향해야 할 용감하고 솔직한 태도라고 호평했다.
화제의 대사는 최근 일본에서 방송한 도라에몽 여름 스페셜 '코끼리와 할아버지' 편에 등장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동물원 코끼리들을 살처분한 사실을 전해 들은 도라에몽과 노비타(한국판 진구)의 모험을 담았다.
일본군은 공습에 동물원이 파괴되면 코끼리가 도망쳐 혼란이 벌어질 거라며 살처분을 결정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도라에몽과 노비타는 사육사에게 코끼리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장교는 "지금 상황이 일본에 얼마나 중요한가. 많은 병사가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고 있다"며 살처분을 재촉했다. 이에 노비타는 "전쟁이라면 괜찮아요. 곧 끝나니까요"라고 말한다. 특히 도라에몽은 "일본이 져요"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대사는 곧 이슈가 됐다. 일본 천재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의 대표 캐릭터 도라에몽이 패전을 웃으면서 인정했다는 점이 시청자를 자극했다. SNS에는 "반일 애니"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당연히 우익도 반발했다.
반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본은 전범국·패전국이 맞으며, 과오를 미화하는 잘못된 역사관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된 도라에몽 '코끼리와 할아버지' 편은 무당벌레코믹스 5권에 수록된 만화가 원작이다. 지금까지 총 두 차례 애니메이션화됐다. 두 작품에는 일본이 전쟁에 진다는 표현 외에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실제로 코끼리를 죽이라고 압박하던 장교는 "잘못 생각했다. 원래 나도 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라고 털어놓는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표현하고자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결의 역시 담아냈다.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우주영웅기~스페이스 히어로즈~'를 연출했던 오스기 요시히로(43)는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도라에몽'이 다룬다는 건 상당한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대사는 의미있고 대단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