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핑퐁 명분 게임' 눈길.. 전문가들 "대화 창 열릴 수도"
[뉴스핌=이영기 기자] 북한과 미국 간 명분을 따지며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 이른바 '핑퐁 게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그간 공개적으로 알려왔던 미국 영토 괌 주변에 대한 미사일 발사 훈련에 대한 최종 명령을 보류하고 미국으로 공을 넘겼다. 그러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곧바로 대화 노력을 강조하면서 공을 다시 북한으로 넘겼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 측의 반응을 지켜보는 가운데, 대화의 창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 미국으로 공 넘긴 김정은, 속내는
16일 자 미국 더아틀란틱,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영토 괌 연안 30㎞에서 40㎞ 사이의 화성 12 중거리 미사일 4 발을 발사 할 계획을 월요일에 승인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전날 "김 위원장이 전략군 사령부의 미사일 발사준비 완료 보고를 받은 후 '신중히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곳은 북한 미사일 부대를 총괄하는 전략군 사령부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뉴시스> |
외신들은 미사일 발사를 위해서는 김정은의 최종 명령만 남은 셈이며, 그 명령이 떨어질 때는 오는 8월 25일 '선군의 날'과 9월 9일 '건국 기념일' 양일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9월9일은 지난해 북한이 5번째 핵실험을 했고, 오는 21일은 한미 연합 훈련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속셈은 좀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괌 포위 사격 계획을 당장은 실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그는 미국을 향해 "최악의 한반도 정세가 어느 쪽에 유리한지 따져 보라"면서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는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보도했다.
한편으로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의 창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은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미국이 계속 망동을 부리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는 위협을 빼놓지 않았다.
또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 사진과 괌까지의 미사일 항적, 남한 전역을 4개의 미사일 타격권으로 나눈 지도를 의도적으로 노출했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과 대화를 오가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대화의 창이 열리나...'테이블로 나와라'
앞서 15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을 놓치지 않고 틸러슨이 국무부 기자실을 찾은 것이다.
틸러슨은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대한 관심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은 그(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토를 달았다.
그는 또 북한의 미국령 괌 근해 포위사격 엄포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써는 나는 그의 결정에 응답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블룸버그> |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괌 공격 주장 이후 '화염과 분노' 등 초강경 대북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법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정권 교체와 정권 붕괴, 흡수 통일, 그리고 미국의 북한 침공은 없다는 이른바 '대북 포노(4 NO)' 입장을 갖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어떤 약속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은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진지한 관심과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매우 진지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은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 "틸러슨 장관은 '협상테이블로 돌아가는 내 방식에 대해 협상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의 창을 여는 것과 관련 미국과 북한은 속셈이 서로 다르겠지만, 그간 진행된 물밑 접촉을 바탕으로 양국이 테이블에서 만나 대화하는 상황으로 현재의 대결 위기가 국면을 달리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더아틀란틱(The Atlantic)은 "북한이 미국영토 괌 주변에 대한 미사일 발사 위협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의 군사 긴장이 완화됐다는 의미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후일로 미뤘다는 의미다"라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