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도 개선 조짐…수요 증가도 한몫
[뉴스핌= 이홍규 기자]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업황도 개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이는 해운업계가 지난 1년 전 업계 최악의 위기인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맞은 이후 대규모 통합 과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최대 컨테이너 운송회사인 중국의 코스코쉬핑홀딩스(중국원양운수)는 경쟁사인 오리엔트오버시즈인터내셔널(OOIL) 인수를 위해 60억달러 이상을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OOIL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긴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또 AP몰러-머스크는 독일 경쟁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있다. 머스크는 애플의 아이패드 1억8000만대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 있는 선박을 포함해 대형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자료=알파라이너, 블룸버그통신 재인용> |
이 같은 초대형 선박 회사들은 제조와 소매 업계에 이전보다 막강해진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대형 컨테이너 운송회사 상위 5곳은 글로벌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주요 노선에 대한 운임률을 추적하는 지수가 1년 전보다 22% 급등하는 등 운임은 상승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운송 리서치 회사 크루셜 퍼스펙티브의 코린 핑(Corrine Png)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컨테이너 수송업은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의 게임이 됐다"면서 "시장 집중 심화는 운송업체들에 더 커진 가격 결정력과 협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작년 8월 한진해운의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업계가 대규모 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해운업계를 뒤흔들어 놨다면서, 당시 한진해운은 업계의 선박 과잉 공급 현상으로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고 이익이 악화하면서 현금 난에 직면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또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컨테이너 운송 사업에서 고등급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시장이 대형 선박을 가진 업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영증권의 엄경아 연구원은 거대 선박을 보유한 회사들은 높은 운임의 혜택을 받기 위해 더 적은 수의 선박을 배치할 수 있고, 한 번의 이동으로 더 많은 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업계 내 과잉 공급 현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신규 진입자가 늘고 있고 노후 선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크루셜 퍼스펙티브에 따르면 해운업계의 컨테이너 수용력은 올해와 내년 각각 3.4%, 3.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수요가 회복되면서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해운 업계들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5월 머스크는 1분기 말로 접어들면서 강력한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코스코는 사업 여건이 개선되면서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약 18억5000만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제퍼리스그룹의 앤드류 리 분석가는 "글로벌 수요 증가가 2017~2019년 공급 증가를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