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부터 우량 채권까지 곳곳에 적신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신용시장이 정점을 맞았다는 진단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정크본드는 물론이고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버블과 과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용시장이 추세적으로 꺾이는 시점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예고하는 신호가 적지 않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1조달러에 육박했다.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올해 미국 기업의 부채가 기록적인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크본드도 과열 양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이일드 본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5.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대비 정크본드의 수익률 프리미엄은 3.9%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지난주에는 적자 기업에 해당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발행한 18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홍수를 이뤘다.
한편에서는 버블을 둘러싼 우려가 다양한 시장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과 북한의 마찰이 크게 고조되자 18개월에 걸쳐 랠리를 펼쳤던 정크본드가 가파르게 하락,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모간 스탠리는 정크본드 시장의 조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용부도스왑(CDS)이 1개월래 최고치로 오르면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블랙록과 더블라인 캐피탈, 핌코 등 월가의 ‘큰손’들이 일제히 위험자산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실제로 지표들이 적신호를 내고 있다.
이튼 반체의 캐서린 가프니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있다”며 “신용 사이클이 꺾이는 조짐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자금 조달에도 버블이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이미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차터 커뮤니케이션스의 인수를 위해 65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것은 신용시장의 과열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스프린트를 합병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차터의 부채 규모는 630억달러에 이르고, 스프린트 역시 409억달러의 빚을 진 기업이다. 소프트뱅크의 부채 규모는 1300억달러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밀려든 자금이 국채를 외면한 채 회사채 시장으로 밀려들면서 과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