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최연소(41세) 지점장...그만의 '역발상' 전략 통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유진투자증권 객장에서 주가 시세판을 배경으로 홍윤선 지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에서 몇 안되는 증권사 객장 주가 시세판이다. /사진=이민주기자 |
[뉴스핌=이민주기자] "처음 석관동 지점으로 발령받았을 때 '와! 이런 외진 곳이 서울에 있네'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서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유진투자증권 지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널찍한 객장의 한 가운데에 주가 시세판이 빨간불, 파란불을 번쩍이며 가동되고 있고 고객들이 시세판을 보고 지점 직원에게 주식 주문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상당수가 손글씨로 주문을 내고 있어 두툼한 분량의 전표철이 매일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속속 퇴장하고 있는 주가 시세판이 가동되고 있을 정도로 석관동은 서울의 '외진 곳'이다.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묶여 소박한 주택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고 이렇다할 상권이나 대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석관동 아는 형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홍윤선(41. 사진) 유진투자증권 석관동 지점장은 바로 이곳에서 이 증권사의 전국 지점장을 통틀어 3년 연속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 이기도 하다.
'물좋은' 다운타운 지점이 아닌 곳에서 그가 성과를 낸 비결은 '거꾸로 생각하기'에 있다.
2015년 서울 명동 지점에 근무하다 석관동 지점으로 발령받자 그는 '돈 안되는' 주가 시세판과 객장을 철거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객장 방문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아쉬울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이 분들을 따뜻하게 응대하고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방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투자 지식임을 알게 된 홍 지점장은 주택과 아파트를 찾아 다니며 투자 강좌를 했다. 주식은 기업 지분이고 실적이 우량한 기업이 주가는 오른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강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자 실적이 개선됐다.
"주변의 다른 증권사 지점 객장이 하나둘씩 폐쇄되면서 이제 이 일대에서 저희 지점의 객장 딱 하나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희소가치가 있어서인지 고객이 더 몰리고, 얼마전에는 영화 촬영 로케이션 제의를 받았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된 셈입니다."
또, 그는 인근의 국민대, 경희대, 광운대, 외국어대, 성신여대, 동국대, 중앙대, 삼육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등 10개 대학의 투자동아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SUM'(Special eUgene Members)이라는 투자 스터디를 결성해 지원하고 있다. 성공한 투자자를 초빙해 특강을 진행하고, 투자 서적 독후감 대회, 실제 기업을 방문하는 기업탐방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석관동 아는 형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SUM 1기 수료생이 얼마전 유진투자증권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이 투자 스터디의 가입 희망자가 쇄도하고 있다.
홍윤선 서울 유진투자증권 석관동 지점장(맨 오른쪽)이 대학생 투자 동아리 SUM'(Special eUgene Members) 멤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민주기자 |
"고객에게 '좋은 주식이면 진득하게 보유하라'고 권합니다. 단기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고객에게 거래를 부추키면 결국 공멸하더군요. 이런 조언으로 수익을 낸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더군요."
홍윤선 지점장은 동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수화동아리, 색소폰, 배낭 여행 등 다방면에 취미를 갖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민주 전문기자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