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분담금, 애초 계획보다 5% 넘게 늘어
내달까지 주택법 시행령 개정해 기준 변경
[뉴스핌=오찬미 기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적으로 일반 분양가가 낮아져 조합원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아 절차 진행이 지연되는 곳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A단지 조합장)
정부가 연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강남 재건축 단지가 긴장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업체 이윤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한 제도다.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든 만큼 사업 주체인 조합원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강남 재건축의 일반 분양가가 애초 계획보다 7~8%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줄어든 재원은 결국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
반포 주공1단지 <사진=뉴시스> |
강남구 개포시영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일반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분양가가 7~8% 하락할 것"이라며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10% 이상 올라간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한신3차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 자체가 상당히 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고층 건물 건축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땅도 비싸고 건축자재도 고급자재로 써서 민간의 경우 거기에 맞는 분양가가 필요하다"며 "상류 10%는 고급 주택을 원하는데 국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 이르면 오는 10월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을 개선해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투기과열지구 요건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기준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 규정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직전 3개월 연속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 이상인 경우다.
이런 분위기가 퍼지자 이달 공급을 앞둔 단지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을 피해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가장 먼저 분양에 들어가는 강남구 개포시영(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은 일반 분양가를 전용 3.3㎡당 4500만∼4600만원에서 4200만∼4300만원으로 300만원 정도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달 말 분양하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6차(센트럴자이)도 애초 계획보다 분양가를 내리는 방안을 조합원 간 협의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동안 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분양가를 예상보다 낮추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합들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