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 안정화에 초점…주력 대출은 아직 ‘휴업’
[뉴스핌=강필성 기자] 카카오뱅크가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케이뱅크가 미묘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에 대응하기 위한 중금리 상품을 내놓고, 해외 송금 수수료를 낮추는데도 불구하고 케이뱅크는 조용하다. 케이뱅크의 주력 대출 상품이었던 ‘직장인K 신용대출’은 한 달이 넘게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케이뱅크의 침묵은 카카오뱅크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의 가입자, 여·수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수신은 6900억원, 여신은 6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보다 수신이 400억원, 여신이 100억원 늘어난 것. 신규계좌도 같은 기간 40만좌에서 44만좌으로 10% 증가했다.
이는 오픈 5일 만에 신규계좌 100만좌, 여신 3230억원, 수신 3440억원을 돌파한 카카오뱅크의 속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 하지만 의미는 적지 않다는 것이 케이뱅크 측 시각이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이 케이뱅크의 고객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케이뱅크 역시 순조롭게 가입자와 여·수신이 늘고 있다”며 “케이뱅크의 여·수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유지되는 만큼 마이웨이를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카카오뱅크와 경쟁하기 보다는 내실을 갖추겠다는 속내도 있다. 은행법 등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 경쟁에 뛰어들어봐야 건전성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예대율은 91.3%로 지난달 11일 기준 93.9%를 기록했던 때에 비해 안정됐다. 케이뱅크 대출 상품 중 가장 낮은 금리 상품인 ‘직장인K’를 중단한 것이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케이뱅크의 여신 증가 속도는 줄었지만 예대율이 안정화되면서 건정성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다. 케이뱅크는 금융사가 최대주주인 카카오뱅크와 달리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21개의 주주사를 설득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유상증자를 계획하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올해 하반기 중 증자를 마무리해야만 한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자본확충이 이뤄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케이뱅크는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에 앞서 신용대출의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액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경우 여신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상품이 내년으로 예정된 만큼 케이뱅크가 올해 안에 주담대를 출시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부 지방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에서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곳은 전무하다.
이는 케이뱅크의 경쟁상대가 카카오뱅크가 아닌 시중은행이라는 전략적 방향성에도 부합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최근 '월간ANDA'와 인터뷰에서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보다 널리 알리고 시장을 키워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우리의 경쟁 상대는 기존 은행들의 금융상품, 서비스,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