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배우 김영광이 지상파 장르물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정체를 숨긴 채 악을 응징하는 '파수꾼'이자, 복수를 위해라면 상부에 빌붙어 매정한 짓거리도 도맡아하는 양면적인 인물. 김영광은 꽤 입체적으로 장도한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을 마친 뒤 김영광은 "좋은 드라마를 잘 마쳐 기분이 좋다"면서 시원스레 웃었다. 원톱 남자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연기를 선보였음은 물론, 쉽지 않은 과제를 무난하게 해냈다. 흔히 메이저(?)로 분류하는 막장 복수극이나, 로맨스 코미디가 아닌 묵직한 장르드라마라 부담도 컸을 터였다.
"'파수꾼'을 촬영하는 내내 재밌었어요. 좋은 선배와 좋은 감독님 만나서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뿌듯한 작품이 됐어요. 즐거웠던 작업이 흐뭇하고 선배들, 작가님, 감독님도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김영광과 첫 인사를 끝내자마자 결말에 관한 얘기가 튀어나왔다. 극중 도한이 지수(이시영) 딸의 죽음을 방조한 원죄가 있었기에 그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는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가 됐다. 어쩌면 졸속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만큼 도한은 다소 갑작스럽게 마지막을 맞았다.
"개인적으로 도한이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죽는다고 거의 끝에 들었어요. 죽냐고 물어봐도 감독님이 놀리느라 말씀을 안해주셨어요. 죽었다 살아난다는 얘기도 있던데 살아나질 않더라고요. 하하. 낚였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면 슬퍼할 수도 있고 화를 내셨을 수도 있어요. 그동안 죄의식을 계속 보여줘서 그걸 좀 해소하는 방법으론 현실적인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장도한은 복수를 위해서 살다가 나름의 속죄를 하고 떠난 셈이죠."
도한의 죽음에 시청자들이 더 분개한 이유는 악의 축이나 다름 없는 윤시완(박솔로몬)의 확인사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완이 죽었냐는 물음에 김영광은 "저도 잘 모르겠다. 나쁜놈"이라면서 애청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답답하리만치 현실적인 결말은 어떤 면에서 웰메이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회를 찍으면서 화가 났던 게 내용을 떠나서 저 스스로도 걜 어떻게 못하니까. 그게 화가 났어요. 진짜 한 대 치고 싶었죠. 도한이가 그 전까지는 큰 그림 그리면서 여기저기 뿌려뒀다가 또 거둬왔는데 마지막에는 열심히 뛰는데도 안잡혀서 화가 났죠. 마지막에 정의 구현이 없어서 화가 나신 거겠죠? 저는 열심히 했어요. 하하."
어쨌든 김영광에게는 '파수꾼'이 현재의 인생작이라고 했다. 모델 출신 연기자로 편견을 벗게 해준 데 일조를 한 것만은 분명하니 말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현재는 김영광의 인생작"이라면서 막 마친 드라마에 애정을 드러냈다.
"'파수꾼' 이후에 또 다른 제 인생작이 나올 수 있겠죠. 돌아보면 좋았던 작품이 많았으니 지금까지가 아니라 현재의 인생작이라고 하고 싶어요. 치열하게 연구하고 연기해서 방송 딱 나간 뒤에 거민했던 부분을 알아봐주시고 피드백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할 맛이 났죠. 후반부엔 뿌려놨던 떡밥들을 하나씩 회수하면서 우리의 재미를 시청자들이 같이 느껴주니까 정말 좋았고요."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확실히 있었다. 그렇다해도 장도한이라는 캐릭터의 모호성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수를 위해 정체를 양쪽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체를 숨기는 장도한은 현실에서 겪거나 접하긴 어려운 캐릭터. 김영광은 지독한 외로움 속에 빠지기도 하고, 또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조금씩 더해 장도한을 차근히 그려냈다.
"파수꾼들에게 제가 대장이라는 걸 들켰을 때 되게 외로웠어요. 수지가 오기 전엔 나와 입을 맞추던 애들인데 수지 오자마자 획 돌아서서 '대장이 우리 배신한거냐' 라는 식이라서요. (웃음) 그래도 그것도 좋았어요. 파수꾼들에게도 미움을 받는 악당같은 대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아수라' 주지훈 선배님 보면서 캐릭터 연구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치사한 듯 묘하면서도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참고해봤죠."
장도한의 양면성은 단지 한 두 장면에서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김영광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사실 초반에는 밉상처럼 깐죽대는 악역 같은 캐릭터로 비쳐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간 본 적이 없던 김영광의 연기를 신선하게 느꼈고 자연히 호평도 나왔다.
"본 마음이 나오나봐요. 처음에는 악당처럼 수지에게 더 재수없고 싸가지없게 느껴지길 바랐죠. 시청자들에게 나쁜 애라고 각인이 돼야 나중에 더 대비가 쉬울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저는 좀 까불까불거리는 면은 있지만 도한이와 비슷하진 않아요. 연기 칭찬 들었을 땐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핵소름!' 이런 칭찬요.(웃음) 빨리 다음 작품 들어가서 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영광은 2008년 연기 데뷔 이후 매년 작품을 쉬지 않고 채워왔다. 그야말로 '열일' 배우의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을 묻자 "더 경험을 하고 싶고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은 의지"라고 답했다. 벌써 연기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시점. 김영광만의 색깔을 연기로 풀어내고 싶은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지금 한 작품을 잘 끝냈지만 그거 하나로는 멋있는 연기자로 계속 남을 수가 없잖아요.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가고도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어요. 집에서 노는 건 너무 우울해요. 일하는 게 시간도 잘 가고 더 재밌죠. 드라마 끝나면 포스터에 연기자들 사인을 받아서 액자로 만드는데 그게 많이 추억이 돼요. 일단 다작배우를 하고 싶고.(웃음) 김영광만의 색깔을 찾아서 작품마다 그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그 색을 찾고 표현하는 연기자가 되는 꿈을 꾸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와이드에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