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2년, 4%대 금리 제시할 듯...탈원전 악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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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신규 회사채 만기를 2년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대신 '백기사' 산업은행이 나선다. 고금리를 노리는 개인 돈도 흘러들어갈 모양새다.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얘기다.
업계에서 '비우량'으로 해석되는 시그널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원전·석탄화력 건설사업이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중공업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이형석 사진기자> |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지난 11일 진행한 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 수요예측에서 650억원만 신청이 들어왔다. 이 조차도 대부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두산중공업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시장에서 평가한 회사채 금리 대비 최고 50bp(100bp=1%p) 높게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최근 A급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스며들고 있지만 두산 계열사를 바라보는 기관의 시선은 차가움을 확인한 것.
이에 앞서 지난달 실시된 ㈜두산의 수요예측에서도 1200억원 모집에 480억원만 모였다. 나머지는 총액인수한 키움증권과 KB증권, IBK투자증권이 개인에게 팔았다.
현재 ㈜두산과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A-'이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둘 모두 '부정적' 꼬리표를 떼기보단 등급하향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과거와 달리 수주가 늘어도 매출이 잘 안 올라오고 있다"며 "그 와중에 수익성이 가장 좋은 원전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임에 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붙인 것"이라며 "그렇다고 당장 내리겠다는 것은 아니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3년물 금리는 연 4.5% 정도로 자기등급 평균보다 100bp 이상 높다. 두산중공업의 2년 민평 역시 현재 3.75% 정도지만 이번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조만간 4.25%에 근접할 전망이다. 역시 자기 등급과 100bp 이상 벌어진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두산건설을 살리려고 분당 부지 등 여러 사업 부문을 떠안아 부채가 늘었고 밥캣 공모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탈원전으로 발전 사업부가 직격탄 맞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재무사정이 안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매각 물량을 떠안게 된 한국투자증권은 개인을 상대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수수료를 제외해도 4%대의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이다. 만기가 2년인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자체 사업이 완연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고 두산건설 등 계열사 지원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점은 개인투자자가 고민할 대목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이후 수주가 부진했다가 작년에 9조원의 신규 수주에 성공했는데 이것이 매출로 연결될 때까지는 통상 2년이 소요되므로 올해부터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두산건설 지원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탈원전, 탈석탄화학 정책이 강력하게 추지되면서 신고리 원전은 원점 재검토고 고성하이화력발전소와 강릉안인발전소도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