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최원진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신인 딱지는 진작에 뗐다. 이제는 '시청률 보증수표'란 수식어가 따라야 할 차례. 지난 2015년 '풍선껌'으로 데뷔한 배우 안우연(26)은 '아이가 다섯' '질투의 화신' '힘쎈여자 도봉순' 그리고 지난달 27일 종영한 tvN '써클: 이어진 두 세계'까지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인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덤덤하다. 그는 최근 작품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 나는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이 아닌 캐스팅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며 "그동안 작품 시청률이 높거나 아니면 낮아도 화제가 됐거나 였다. 어느 쪽이든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연기는 아직 부족하다"며 끊임없는 발전을 원한다.
"아직까지 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색한 것 같고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써클' 본방사수를 하면서 생각한 건 '다른 배우들도 나같이 연기했을까'에요. 보면서 '저 장면에서는 조금 더 세게 대사를 칠걸' '반대로 저 부분에서는 힘을 뺄걸' 연기자 선배들이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 연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깨달았죠. 장면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가서 그런지 다 아쉽고 후회돼요."
극 중 안우연은 김우진(여진구)의 이란성 쌍둥이 형이자 한정연(공승연)을 외계인이라 믿고 광적으로 쫓는 김범균 역을 맡았다. 공상과학(SF) 드라마란 장르도 생소한데 외계인을 쫓는 역할이었다. 그는 대본만 숙지해서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고 판단했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평소 SF에 대해 관심이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 범균이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스스로 조사하잖아요? 저도 조사에 나섰죠. 인터넷에서 외계인 관련한 나사(NASA) 자료도 찾아 읽어봤는데 아직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외계인이 있다고 믿고 집착을 하는 범균이를 연기하느라 힘들었어요. 저는 안 믿거든요."
남들은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처음엔 쌍둥이 형제에게조차 외면당했던 김범균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도 나름 측은지심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는 감정은 김우진이라고 말하는 안우연. 감수성이 풍부한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망울로 이야기를 꺼냈다.
"1회 촬영 때 진구랑 외계인 얘기로 치고받고 절정으로 치닫을 때 저도 모르게 몰입이 됐나 봐요. 순간 진구가 우진으로 보였고 계획에 없던 눈물이 나왔어요. 그리고 제가 '외계인은 있어'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우진은 참 여러 가지로 불쌍한 인물인 것 같아요. 파트2에서 우진이가 복제인간으로 나타났는데 준혁(김강우)이 동생으로 인정하고 울 때 너무 슬펐어요. 그 감정은 아직도 생각이 나요."
연기자가 천직일 것 같은 안우연은 과거 2년 동안 연습생 신분으로 가수 준비를 한 적이 있다. 만약 가수의 길로 굳혔다면 지금의 그를 볼 수 없었을 터다. 안우연은 연기자가 돼서도 다양한 도전과 변화를 추구한다.
"누구나 안전한 길을 택하죠. 저도 그런 길을 거부하는 건 아닌데 스스로 도전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작품과 색다른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연구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정말 재밌어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워요. 사실 최근 욕심나는 역할 하나가 있어요. 재벌 2세 안하무인 철부지 캐릭터요. 드라마를 보면 그런 철부지 캐릭터는 꼭 좋은 여자를 만나서 바뀌더라고요. 사랑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담은 역할이라 꼭 하고 싶어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웃음)."
브라운관 밖 안우연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극 중 김범균과 비교한다면 극적인 예시겠지만 아예 다르지도 않다고 말한다. 범균은 외계인을 쫓던 '외계인 덕후'였다면 안우연은 '농구 덕후' '햄버거 덕후'다.
"처음에는 범균이가 나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질리도록 해야 하는 기질이 있더라고요. 학창시절 때는 농구에 빠져서 밤새 10시간 동안 미친 듯이 한 적이 있고요. 10년 넘게 M사 B햄버거를 즐겨 먹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한 담요가 너무 좋아서 망토를 두르고 슈퍼맨 놀이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데뷔 이후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듯한 안우연. 오는 8월에는 그가 출연한 JTBC '청춘시대2', tvN '하늘에서 떨어진 폴', JTBC 웹드라마 '힙한 선생'이 첫 방송한다. 한 번에 세 작품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는 "쉴 생각이 없어요. 기회만 된다면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라며 올해 여름휴가도 반납할 각오가 되어있다. 흔히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을 하듯이 안우연은 자신만의 배우 색깔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계속 연기에만 매진할 계획이다.
"저는 아직 색깔이 없어요. 저만의 독특한 연기 색깔을 만들고 표현하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볼 때 '안우연이 연기하면 어떻게 풀어낼까'란 궁금증이 생기게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자신 있고 편했던 연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꼭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김학선 사진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