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사진=SBS, KBS, tvN>

[뉴스핌=박지원 기자] 정치인들이 TV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야 새로울 것은 없지만, 분명 이전과는 분명이 다른 모습이다. 과거 게스트로 단발성 출연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고정’ 자리를 꿰차고 지속적으로 얼굴을 내비추고 있는 것. 소재 역시 다양해졌다. 정치 예능을 넘어 아내,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 예능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으로 생애 첫 리얼 예능에 도전한다.

오늘(10일) 첫 방송되는 ‘너는 내 운명’은 관찰 카메라를 통해 커플이 살아가는 모습을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이재명 시장은 부인 김혜경 씨와 결혼 26년차 부부의 ‘리얼 라이프’를 공개한다.

관찰 예능인만큼 부부의 일상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시장은 “기대감도 있고 걱정도 있다”며 “정치 프로그램도 아니고 사적 생활을 다루는, 그것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 앞에 나오게 될 거라는 건 꿈에도 상상 못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수행실장 역할을 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오는 15일 첫 방송되는 tvN ‘둥지탈출’에 아들 대명 씨와 함께 출연한다.

‘둥지탈출’은 유명인사 부모의 자녀가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가족 예능. 자녀들은 지난 5월 네팔에서 촬영을 마쳤으며, 부모들은 스튜디오에서 해당 영상을 감상하며 토크를 나눌 예정이다. 기동민 의원은 이들 부모 중 한 명으로 함께 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KBS 2TV 예능 ‘냄비받침’에 출연해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이경규가 기획한 ‘대선 낙선자 인터뷰’ 코너에에서 개인사부터 정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심블리’ 심상정은 진보정당답게 ‘정치인 셀프 디스’ 토크도 불사하며 ‘센 언니’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25년 노동운동 현장을 이야기하며 진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 ‘노잼(재미없다)’이라는 평가를 듣던 유승민은 “영화 ‘대부1’을 좋아하지만 조폭 영화를 좋아한다는 평을 받을까봐 숨겨왔다”고 털어놓으며 웃음을 전했다. 특히 지난 19대 대선 때 화제를 모은 딸 유담에게 “미안했다”며 ‘딸바보’의 면모도 드러냈다.

◆“과거엔 표심 잡기 위해”VS“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 위해”
과거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꾸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총선,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홍보 활동 중 하나.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문재인 대통령 등도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현역 정치인들은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예능’을 택하고 있다. 말 하나, 행동 하나로 구설에 오를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대중들과 보다 쉽게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

이재명 시장은 “처음엔 아내도 반대했고 지인이나 참모들도 반대 의견이 더 많았지만 프로그램 출연이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제작진이 5개월을 쫓아다녔다. 처음 제의를 받고 꽤 시간이 지나서 애매해졌을 때 내가 아내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아내와 의견을 통일했다”는 출연 비화를 전했다.

또한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과거와 달리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이 아내·자녀 등 가족과 함께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간 지켜온 정치인의 딱딱한 이미지와 권위를 내려놓고,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이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동상이몽’ 서혜진 PD는 “이재명 성남 시장은 반전 캐릭터다. 평소 ‘핵사이다’라 불리는 이재명 시장이지만, 가정에서는 무척 다정한 남편”이라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재명 시장의 ‘귀요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지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