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가입대상 확대 앞두고 치열
중도해지시 손실 우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개인형 퇴직연금(IRP) 10좌가 내려왔는데 어쩌죠?”
금융사 임직원들이 많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글이다. 신용카드, 펀드, 보험 등 금융사 영업점에 판매 캠페인이 시작되면 이곳에서 서로 상품을 가입해주는 품앗이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이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품목이 IRP. 오는 26일부터 IRP 가입기준이 완화되자 은행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국민 만능통장'이라며 경쟁을 벌였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RP는 ISA와 달리 중도 해지시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반환해야 되기 때문에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IRP 판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내부 교육은 물론 다양한 경품을 내건 사전예약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 영업점에 떨어진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직원에게 10~50 계좌를 할당했다.
오는 26일 기준이 완화되면 이같은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IRP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로 의무적인 퇴직연금 외에 자기 부담으로 추가 납부하는 것. 납입액에 대해 연간 700만원(퇴직연금 포함)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게 특징.
지금까지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자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관련법 개정에 따라 오는 26일부터는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IRP에 가입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증가한 IRP 가입 대상자는 약 730만명. 은행이 앞다퉈 IRP 가입 유치에 나서게 된 것도 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IRP는 이자 대신 운용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규모는 평균 0.46%.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심 중인 은행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블루오션 상품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예약가입 이벤트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각 영업점의 목표 설정과 할당판매도 본격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단위로 IRP 할당을 내리는 경우는 없지만 일부 영업점에서 목표치 달성을 위해 과도한 영업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할당 판매가 성행할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IRP는 55세 이전에 계좌를 중도해지 할 경우 기타소득세 16.5%를 토해 내야 한다.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소득이 들쑥날쑥해 세금공제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한 자영업자의 경우 이에 대한 증빙서류를 내야만 해지시 발생하는 기타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때문에 별도의 중도 해지 수수료가 없던 ISA와 달리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에서는 ISA가 도입된 이후 경쟁적으로 가입유치에 나섰지만 실제로 절반 가량이 1만원 미만의 깡통계좌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무엇보다 IRP의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평균 1% 초반에 그치는 상황. 은행 정기 예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RP는 ISA와 달리 장기간 납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가입만 시킬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IRP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