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잇따른 설비증설 '베팅' vs LG P10 투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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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유리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 승부를 벌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잇따른 설비증설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10조원 규모의 파주 신공장(P10)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좌),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우) <사진=각 사> |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생산 라인인 'A5' 신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다. 회사가 보유한 OLED 생산 공장 가운데 가장 큰 'A3'보다 30% 가량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 조성 중인 A5 공장은 월 18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면서 "2019년에 투자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반 조성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동 시기나 규모, 투자 설비 등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의 중소형 OLED 공장인 A3에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월 3만~4만장 수준인 패널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12만~13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만들던 아산 탕정 A4 라인을 OLED로 교체하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오는 2019년까지 월 6만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지휘봉을 다시 잡으면서 투자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놨다. 올해부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사실상 회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조8000억원 투자를 집행한 것에 이어 올해도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2012년부터 연간 시설투자액이 4조~5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연속 투자 규모를 2배 늘린 것이다.
늘어난 규모 만큼 속도는 빨라졌다.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복귀하기 전 A3는 공장을 지은 후 설비 투자 결정에 1년 가량을 소요했다. 이와 달리 A4와 A5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권 부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도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지난달 초 미국 출장길에 오른 권 부회장은 패널 공급 고객사인 애플과 장비 거래선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주요 업체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것은 한 부회장의 선택이다. 이달 말 OLED와 LCD 갈림길에서 P10에 들어갈 설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도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에 베팅한 배경에는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깔려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국내 업체를 턱밑까지 따라온 상황이다. 공급 과잉으로 2019년부터는 LCD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LCD 생산 능력(면적 기준)은 9210만㎡로 한국(7230만㎡)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이 LCD 생산 라인의 양산 시기를 앞당기면서 당초 예상보다 추월 속도가 빨랐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은 전망이 밝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S8'에 이어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8'에도 OLED 패널이 탑재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OLED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그래프=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
실제로 지난 1분기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스마트폰용과 플렉시블 OLED의 폭풍 성장에 힘입어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는 매출 기준 99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플렉서블 OLED 역시 11억1000만달러로 124% 급성장했다.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경쟁이 치열한 LCD나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대형 OLED 대신 중소형 OLED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면서 대형 패널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TV 제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도 선도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회사의 향후 20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스스로를 변화시켜 어떠한 경영환경에서도 능동적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업체들은 LCD에서 더 이상 승산이 없다"면서 "중소형 OLED 시장에선 삼성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수요가 워낙 빠르게 늘고 있어 LG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