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글로벌 국채 시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단기 자금시장도 최근 정체 국면에서 깨어났다.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에 대한 신호를 해석하느라 분주한데,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5대 주요 중앙은행들 중 다수가 동시에 긴축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풀었던 경계감을 다시 높이게 하는 대목이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국채와 유로화는 가격이 거듭 등락하면 방향을 못잡는 양상이었다.
ECB가 2.3조유로(약 2.6조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ECB의 신호에 대해 혼란스런 해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시장에 형성됐던 경기부양책을 정상화 하는데 대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2주 새 유럽과 북미 정책결정자 발언이 시장의 통화정책 전망을 다시 쓰게 하고 있다"면서 "5대 중앙은행 중에서 4곳이 동시에 긴축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관측은 수년 동안 완화정책 기조에 젖어있던 시장 참가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AP/뉴시스> |
전날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가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고 폭도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하자 시장은 이를 'ECB가 월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날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부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ECB 총재의 전날 발언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개인적으로 전날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가 이전에 두 차례 했던 발언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총재의 발언 후 유로화는 1.1389달러 고점에서 한때 1.1291달러로 수직으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미국 시장 개장 직전에 정부채권 매도세가 갑작스레 중단됐다.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2.25%에서 2.2223%로 낮아지면서 가격하락을 만회했고, 유로존 국채도 손실을 만회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더불어 영란은행(BOE) 총재 마크 카니는 "경기 개선시 일부 경기 부양책의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드라기 총재 발언과 유사한 것이다. 이에 파운드화는 1.2937달러로 1%가량 강세를 나타냈고, 영국 정부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이 중앙은행들의 혼란스런 신호에 갈팡질팡하는 대목이다.
노이버거 버만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존슨은 "유로든 영국이든, 중앙은행들이 얽히고 설켜 혼란스런 소통으로 신뢰성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RBC캐피탈마켓의 마크 챈들러 수석 채권전략가는 "채권시장은 위험선호가 높아지거나 금융여건이 타이트해질 때마다 중앙은행이 구해주는 것에 익숙했는데, 이제는 중앙은행 스스로가 금용여건을 타이트하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이는 더 많은 변동성이 발생할 것이란 얘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