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확대하려다 문턱 높이고 사금융으로 내몰라
[뉴스핌=김은빈 기자]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야죠. 그런데 계속 버티기만 할 순 없을 겁니다.”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법정 상한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반면 시장금리는 상승세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제2금융권의 대출원가도 올라간다. 재원을 조달하는 비용과 대손(리스크)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제2금융권 특성 상 저신용도 취약차주가 많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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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
지난해 말 이후 제2금융권의 조달비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카드사의 대표적인 조달방식인 카드채(AA0, 3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중순 1.594%였지만, 연말에 2%대를 넘어섰다.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져 지난 23일 현재 2.163%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주요 조달수단인 에적금 수신금리도 상승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정기예금(12개월 만기) 평균금리는 27일 기준 2.12%로 한달만에 0.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연체율도 올라갈 전망이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제2금융권의 대손(리스크) 비용도 많아진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가시화된다면 한계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돼, 향후 자산건전성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2금융권은 저신용자가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을 적지 않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개인카드자산 대비 잠재적 취약차주의 비중은 2013년 26.5%에서 2016년 30.6%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의 92% 가량이 5등급 이하의 차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수신금리의 상승을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것. 오히려 정부는 법정 상한금리를 현재 연 27.9%에서 연 20%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카드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의 금리를 낮춰 서민층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결국 제2금융권 업체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법정 상한금리 인하에 대해 좀 더 업계의 특성을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2금융권의 특성상 단순히 고금리라고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평균 부실률이 10%인데, 여기에 예·적금 조달 비용에 판매비, 관리비 등을 더할 경우 대출금리가 20% 이상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며 "고신용자를 주로 취급하는 1금융권과 단순비교해서 고금리를 잡겠다고 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되려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의 ‘문턱’만 올리거나 사금융시장으로 내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연체율이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정부는 정책금융으로 커버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