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이용 분식회계 고도화…회계법인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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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연순 기자] #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기업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회계법인은 손해액의 5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가 부실감사 책임을 물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S회계법인의 책임을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 경영진과 같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청산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J저축은행 얘기다. 당시 판결은 '투자자 손실 책임 범위'에 맞춰졌다.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하고 고도화된 저축은행의 분식회계가 숨어 있다. J저축은행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위해 고객의 명의를 도용했다. 전산망에 있는 예금자·대출자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대출이 일어난 것처럼 가공한 것.
예를 들어 홍길동씨에게 500만원 대출을 하면 홍길동씨 계좌가 아닌 가상계좌로 대출이 실행된다. 실제 대출거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가상계좌로 돈이 흘러간 것처럼 회계장부에 기록했다. 이 같은 방식의 1000만원 미만 소액 가계대출이 3만건에 달했다. 쪼개기 방식의 허위 대출이 3000억~4000억원에 이르렀다. J저축은행 경영진은 분식회계로 만든 돈을 부실 여신 땜질(BIS비율 맞추기용)이나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J저축은행 경영진은 회계감사시 소액 가계대출 대신 큰 규모의 대출 거래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같은 방식을 만들어냈다.
S회계법인 대표는 "회계감사시 통상 금액이 큰 거래에 초점을 맞춰 본격적으로 감사 절차를 진행한다"며 "개인대출의 경우 비밀보호법 등으로 접근이 쉽지 않고 소액이면 관행상 조회를 안해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산시스템으로 짧은 시간 안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며 "공동전산망은 마음대로 조작을 못하지만 (저축은행은)자체 전산망을 썼기 때문에 프로그램 조작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이 이 저축은행을 한달 넘게 조사했지만 소액대출 분식회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검찰이 해당 저축은행 경영진 등을 수사하면서 드러났다.
문제는 자체전산망 조작을 통한 고도화된 분식회계 가능성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모 회계법인의 대표는 "전산시스템 조작을 통한 분식회계 이후 (내부에선) 새로운 감사기법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다"면서 "회사 자체적으로 전산망을 조작할 수 없도록 독립적으로 칸막이가 돼 있는 내부 스크린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