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개척자-2] 4년간 현장조사로 지점 개설 철저하게 준비
바레인 등 해외근무만 10여년 넘어, "인도가 한국 미래다"
[뉴스핌, 첸나이=한기진 기자] 지난 5월 22일 오전 11시 인도 첸나이 기온은 섭씨 46도나 됐다. 해안가에 위치해 높은 습도로 도시가 한증막 같았다. 이용효 KEB하나은행 첸나이 지점장은 “일주일에 2~3번은 3~4시간씩 자동차를 몰아 인근 산업공단을 찾아 반드시 고객을 만나 현장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흔한 방문마케팅이지만 최고 기온 50도에 고객 1명을 만나는데 최소 100km 이상 이동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지점장은 “서류픽업서비스는 어디든 가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이 은행 직원들은 운전자금융 외화대출, 무역금융, 외국환, 파생상품 등을 팔았다. 고객들이 대출 등 서류를 가져가라면 가져가고, 가지고 오라면 가지고 갔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자 우리나라 진출 기업은 물론 인도 기업들도 자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인도 루피화로 대출받자니 금리가 10%에 달하고 환율은 불안했다. 그래서 미국 달러화 대출 상품을 고안했다. 인도 인근의 KEB하나은행 바레인지점을 통해 달러화를 조달하는 금융구조를 짰다.
덕분에 2015년 지점을 개설하고 1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기적을 만들었다. 올해 대출자산이 2억6000만달러로 전년 1억9000만달러보다 30% 늘고 영업이익 1300만달러를 기대한다. 2019년에는 올해보다 2배 성장한 대출자산 5억달러, 이익 2000만달러를 내다본다.
여세를 몰아 KEB하나은행은 인도에서 최고의 글로벌은행이 되겠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용효(오른쪽 두번째) KEB하나은행 첸나이 지점장과 직원들이 첸나이 지점 설치 1년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성과를 냈다. <사진=뉴스핌> |
KEB하나은행이 인도서 자리잡는 데는 이용효 지점장과 직원들의 합심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KEB하나은행의 전신 인 외환은행에 입사해 줄곧 해외에서만 근무했다. 2002년 바레인지점, 미얀마를 거쳐 인도 뉴델리에서도 일했다. 15년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본점에 와서도 국제업무만 했다.
이 지점장은 “'무조건 도전하면 되겠지'생각하고 해외 진출하면 무조건 실패한다”면서 “은행산업은 규제산업으로 현지사정을 모르면 백전백패한다”고 말했다. 인도 첸나이에 지점을 내기 전에 그는 델리 사무소 근무 때부터 시장조사만 4년 넘게 했다.
그가 분석한 인도 금융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기업체 금융수요는 풍부하지만 로컬은행과 HSBC, 스탠다드차타드(SC) 등 글로벌 은행이 1900년 이전부터 들어와 있어 경쟁강도가 높아서다. 이들도 한국계 기업 전용 상담창구인 코리아데스크가 있다.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5%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격인 RBI의 권한이 막강해 영업규제도 까다롭다. 비도시 지역에 지점의 최소 25%를 설립해야 하고 의무대출로 총대출의 36%를 소상공인, 수출입금융에 지원해야 한다. 현지은행 인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용효 지점장은 인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미래라고 확신한다. 그는 “인도는 포스트차이나로 성장성이 매우 높고 개방이 확대되고 금융수요도 급성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로컬은행 인수 기회도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만해도 선/후발은행간 차별화가 고정돼 우리나라은행이 시장을 지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