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참 웃을 일 없는 세상이다. 청년들은 취업과 직장 스트레스, 여성들은 가사와 육아 스트레스, 장년층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9만1276명이었던 우울증 환자 수는 지난해 64만3102명까지 증가했다. 뿐만 아니다. 같은 기간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대인 누구나 정신질환 하나쯤 앓고 있다는 소리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2012~2016년 우울증 환자 추이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웃음전도사' 이찬희씨는 이렇게 웃음이 메말라가는 사회에 자신의 주변을 웃음으로 물들여보고자 봉사를 자청한 사람이다.
이찬희씨 역시 웃음이 메마른 현대인 중 한명이었다. 전자통신공학 전공 후 10년동안 네트워크 통신업계에서 일하던 이씨는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다. 결국 알코올의존 증세와 이혼위기까지 겪으며 자살시도까지 하던 시기를 겪었다.
그러던 이씨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게 웃음치료다. 지난 2008년 이씨는 2박3일간 한국웃음연구소의 '행복여행'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이찬희씨가 매주 일요일 경기도 군포시 능안공원에서 진행하는 '산본 웃음클럽'. 2009년에 시작한 이 클럽은 벌써 300회를 훌쩍 넘게 진행됐다. [이찬희씨 제공] |
"힘든 시기에 만났던 게 웃음치료였는데, 이걸 배우고 나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직장까지 그만두고 웃음치료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씨가 웃음치료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다.
"당시 살도 많이 찐 상태였고 인상도 험악해 직장 그만 둔다니까 다들 말렸다. 말까지 더듬었다."
이씨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은 지역 주민들이었다. 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이씨는 처음엔 동네 공원에서 웃음치료를 연습했다.
그는 "공원에서 혼자 웃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뭐하냐'면서 모였다. 이렇게 시작한 게 '산본 웃음클럽'이 됐고, 벌써 9년째 하고 있다"며 "그동안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있던 사람들도 치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찬희씨가 매주 월요일 경기도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무료 웃음치료. 주로 지역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이찬희씨 제공] |
현재 이씨는 공원에서만 아니라 매주 월요일 지역 도서관에서 웃음치료를 무료로 진행하고, 수요일에는 자신을 도와 웃음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동아리활동도 이끌고 있다.
이찬희씨는 "웃을 일이 없어, 그냥 웃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웃음치료가 내 꿈이 되면서 처음에는 내가, 그리고 내 가정이, 그 다음에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점차 함께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