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다퉈 빅데이터 전담 조직 신설·격상
[뉴스핌=강필성 기자] # 은행을 방문한 A씨는 상담창구에 앉자 마자 “혹시 단기 적금이 필요하세요?”라는 직원의 질문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그가 은행을 찾은 이유가 바로 단기 적금을 가입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취미가 공연 관람인 A씨는 직원의 권유에 공연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도 하나 가입했다. 귀가에 앞서 현금을 뽑기 위해 ATM에 카드를 넣자 가장 먼저 출금 아이콘이 뜬다. 마치 그럴 줄 미리 알았던 것처럼.
A씨의 사례는 빅데이터 분석이 고도화된 미래 은행의 풍경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시간에 방문하는 고객의 유형 및 연령대별 필요한 상품의 유형을 분석해 미리 상품을 제안하고 해당 고객의 은행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런 은행의 미래를 국내에서 보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최근 시중은행이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달 5일 하반기 조직개편 과정에서 빅데이터센터를 빅데이터본부로 격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이달 초 김철기 금융연수원 교수를 영입해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발탁한 바 있다.
신한은행이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것이 지난해 5월. 1년만에 본부 격상 및 외부 전문가를 발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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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
시중은행의 빅데이터 사랑은 신한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빅데이터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는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빅데이터팀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빅데이터저장소(Big Data Lake) 및 분석 플랫폼(Big Insight) 등을 올해 안에 구축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말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은행 뿐 아니라 그룹 내 카드, 손보의 데이터까지 통합 운영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빅데이터전략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오는 7월 KEB하나은행에 통합돼 씽크탱크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각 수십개에 달할 정도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빅데이터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일컫는다. 이를 분석함으로서 사람들의 행동, 의견을 예측하고 생산성, 경쟁력 강화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소비동향에 민감한 카드, 보험에서 주로 빅데이터가 활용이 활성화됐지만 이제는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해외 은행은 일찌감치 빅데이터를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독일 도이치은행은 SNS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도를 분석한다. 신용도 하락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선별해 대출 여부를 결정할 정도. JP모건은 내부 직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인터넷 사용데이터 및 SNS 공개 정보를 분석해 내부보안에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은 기반으로 고객의 ATM 활용 패턴을 분석해 고객 개개인에게 특화된 ATM 유저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이 은행은 최고데이터책임자(CDO)라는 직책을 새로 둘 정도로 빅데이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센터를 통해 연립다세대주택 시세산정 시스템을 개발하는가 하면 빅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분석 플랫폼 ‘신한VA(Visual Anlytics)시스템’을 오픈했다. KB국민은행도 ‘개인CRM 캠페인 시스템 2.0’을 통해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연내 ‘부도차주 사전리스크 분석모델’ 및 ‘빅데이터 활용 고객수익률 관리’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중은행 빅데이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가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된다면 노하우 면에서는 큰 격차를 갖게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에 따라 시중은행의 서비스 차별화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