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요금할인율 강제 조정에 법적 대응 검토
기업 부담 최대 1조원 증가, 기업 자율권 보장 재부각
[뉴스핌=정광연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현행 20%의 선택약정할인율(요금할인율)을 25%로 상향하기로 했다. 연간 최대 1조원 수준의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관련 고시의 위법성이 높다는 지적과 함께 기업의 자율권한인 할인율을 정부가 강제하다는 반발이 강해 논란 확산이 우려된다.
국정기획위는 ▲요금할인율 20→25% 상향 ▲기초연금수급자 월 1만1000원 통신비 신규 감면 및 저소득층 추가 감면 ▲알뜰폰 지원 강화 ▲2만원대 보편 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20만개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22일 발표했다.
통신업계에서 가장 크게 반발하는 방안은 요금할인율 인상이다. 미래부의 일방적인 인상 추진의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 부담을 이통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4년 10월 도입된 선택약정할인은 스마트폰 구입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고객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해 상대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도입 당시 할인율은 12%였으나 2015년 4월 미래부 장관 재량으로 20%로 상향한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9일 미래부로부터 4차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 <사진=심지혜 기자> |
우선 이통사들은 미래부 장관이 임의로 요금할인율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한 미래부 고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부 고시 제2014-61호 제3조에서는 ‘미래부 장관이 요금할인율과 요금할인율 적용기간을 지원금 상한액,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정할 수 있고 진적 회계연도 영업보고서를 기초로 산정한 기준 요금할인율을 당해 연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할인율 조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기준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미래부 장관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고시”라며 “전기료나 교통비 등 공공요금조차 정부가 직접 요금을 조정하거나 할인 정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률은 없다. 미래부의 재량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통사들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및 법무법인과 함께 해당 고시의 위법성에 대한 법적대응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 통신비 인하 부담을 오로지 이통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과는 달리 선택약정할인재원은 통신 요금을 할인하는 것이기에 오로지 이통사가 할인금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스마트폰 구입시 80%의 고객이 공시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요금할인에 따른 할인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인데, 실제로 6만원대 요금으로 출고가 93만5000원인 갤럭시S8(64㎇)을 구입할 경우 현재 이통3사 공시지원금은 13만5000~15만8000원 수준이지만 요금할인 총액은 24개월 약정 기준 31만6800원 두 배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5%p 추가 할인까지 늘어날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고객들이 공시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시지원금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이통사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무엇보다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마저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조정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과 할인율은 기업이 결정할 문제다. 아무리 통신 시장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기업에게 요금을 내리고 할인도 추가 제공하라고 강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 스스로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구가 계속 묵살당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