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반도체 사업 탄력...ICT 시너지 효과
[뉴스핌=정광연 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였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한‧미‧일 연합 구축이라는 카드가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경영복귀 후 공을 들인 첫 번째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면서 최 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 매각 우선사업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주주총회 전까지 매각 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와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미국 사모펀드 등이 포함됐으며 인수금액은 2조엔(20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지분 참여 방식으로 전체 지분 중 15% 정도를 확보하게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
이번 도시바 인수전 승리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복귀 후 처음으로 직접 현장을 누비며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 회장이 직접 구상한 그룹 차원의 반도체 사업 강화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표 ‘반도체 굴기’의 핵심이다. 지난 1분기 매출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4657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 역시 매출 6조7000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분기 연속 영업이익 2조원대 달성이 유력하다.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1%로 삼성전자(35.4%), 웨스턴디지털(17.9%), 도시바(16.5%), 마이크로(11.9%)에 이은 5위다. 3위 기업인 도시바의 이탈과 인수에 따른 SK하이닉스의 시장 흡수, 그리고 ‘72단 3D 낸드’ 등 자체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는 단순에 삼성전자와 시장 1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의 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후 SK그룹의 ICT 매출은 같은해 1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4조4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룹 전체 매출의 25% 수준으로 반도체 시장 활황 등을 고려하면 그룹내 ICT 사업 비중은 더욱 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텔레콤, SK㈜ C&C 등 ICT 계열사들이 유기적 협력을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산업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성과가 예상된다.
한‧미‧일 연합이라는 승부수가 적중하면서 향후 그룹 운영에 있어 최 회장의 글로벌 네크워크를 활용한 현장 경영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이번 인수전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좌장 역할을 톡톡히 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그룹내 입지도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성된 한‧미‧일 연합에서 SK하이닉스 외에는 반도체 사업을 하거나 주도한 경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SK가 적은 지분으로도 핵심 역할을 맡거나 경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