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기준 차입금 2조원 넘게 줄어
재무리스크·유동성 위기 해소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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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정탁윤 기자] 두산그룹이 올 들어 자본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재무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건설과 인프라코어의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사간 강한 재무적 연계성이 재확인됐다는 점과 일부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추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지난 3월 1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4월 두산중공업이 5000억, 5월 두산인프라코어가 역시 5000억원 규모의 BW를 각각 발행했다. 석달 동안 자본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같은 자금 조달은 차입금 축소와 관련되지만 계열사별 자금 조달 배경은 조금씩 다르다. 두산건설의 경우 1500억원은 전환사채(CB) 상환을 위해 쓰였다. 두산중공업은 발전기에 사용하는 대형 가스터빈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자금 마련 목적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10월 조기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영구채 5억달러(약 5600억 원)의 상환 및 운전자금 활용이 목적이다.
이와는 별개로 두산의 종속회사인 디비씨가 두산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26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하기도 했다. 디비씨는 두산분당센터 신축을 위해 설립된 시행사 성격의 회사다. 두산 분당센터 건설후 건물 관리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분당 부지에 성남시와 계약을 맺고 두산 계열사 사옥을 짓기로 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작년 초에 7개 계열사가 두산건설과 따로 따로 계약을 맺었는데 효율성이 떨어져 시행사 성격의 디비씨가 총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이같은 자금 조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여에 걸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과 유동성 위기는 이제 해소 단계에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산인프라코어의 실적 개선과 두산밥캣 의 안정적 이익 창출, 두산중공업 수주 증가 등 그룹은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자체사업인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의 불확실성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문제가 됐던 두산그룹의 차입금 규모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두산그룹 차원의 사업부 및 자산매각 등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 결과 연결기준 ㈜두산의 수정순차입금(RCPS·신종자본증권 포함)은 2015년말 13.8조원에서 2016년말 11.3조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만에 차입금이 2조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두산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 및 재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수준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의 각 계열사간 강한 재무적 연계성이 재확인된 점이 오히려 향후 또다른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건설 등 일부계열사의 위기가 순식간에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6.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36.40%), 두산건설(78.21%), 두산엔진(42.66%) 등을 보유,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9.33% 를 들고 있는 등 주요 계열사간 지분 관계로 얽혀 있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그룹내 계열사들의 재무적 연계성이 강한 수준으로 실적 부진 및 유동성 부담을 나타내고 있는 개별기업 위험이 여타 계열사의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두산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 자금 조달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론 차입금 축소와 관련 있다"면서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줄여 더 확실한 재무안정을 기한 후에 본업 및 영업에 치중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