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예고 없이 찾아 온 사랑으로 인해 흔들리는 여자, 그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미는 남자. 같이 떠나려 하지만, 이들을 가로막은 장벽은 너무나도 높다. 그래서 더 애절하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미국 아이오와의 한 마을에서 한적한 삶을 살던 주부 프란체스카(옥주현)와 촬영 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박은태)의 운명적 사랑을 담았다.
이 작품은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 앞에서 엄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자이고 싶었던 프란체스카의 내적 갈등과 사랑하는 여자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는 로버트의 애달프고 마음을 그렸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인 프란체스카. 그리고 전처와 이혼 후 단 한 장의 작품을 찍기 위해 온 나라를 돌아다는 사진작가의 운명적인 사랑. 단순한 줄거리만 보면 불륜과 외도라는 소재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를 맡은 박은태와 옥주현은 그 감정을 저속함이 아닌, 그리움과 따뜻함으로 표현했다. 사실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나면서 꿈을 접은 채 엄마로,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랬기에, 두 사람의 우연 같은 만남과 사랑이 어긋난 사랑으로 부각돼 보이는 점도 있다.
하지만 로버트를 만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신이 포기했던 꿈에 대한 열정을 다시 갖기 시작한다. 로버트는 단순히 불륜이자 외도를 하는 남성이 아닌, 자신의 그리움과 열정을 다시 깨닫게 만들어 준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작품이 불륜이나 외도가 주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로버트의 행동에 있다. 사랑하는 프란체스카를 갖기 위해 편법을 쓰지 않는다. 힘들 땐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주고, 그리워하는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한다. 더욱이 프란체스카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여느 불륜 내용과 다른 점이다.
또 극 중 아이오와 마을 사람들로 나오는 앙상블 팀은 무대 위 소품을 배우들이 직접 옮기고 치우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소품을 치우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를 넘겨선 안 된다.
앙상블 팀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감정을 의심하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낸다. 더욱이 두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 마을 사람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동안 박은태, 옥주현이 해왔던 작품들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된 변신을 꾀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선과 악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법도 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부터 다양한 넘버들은 두 사람의 절절한 감정선과 또 다른 성량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 2막에서는 로버트에게 차마 갈 수 없는 프란체스카의 감정과, 그런 프렌체스카를 더 이상 흔들 수 없는 로버트의 감정이 녹아있는 넘버들이 곳곳에 나와 애절함을 더한다.
한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오는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프레인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