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비정규직 미미하지만 '중규직' 비판 우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이행하려하자 은행권도 긴장하고 있다. 씨티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계약직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은 앞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만큼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규직' 문제를 풀어야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잇따라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만 창구 직원 등은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채용절차부터 임금 승진 체계를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이에 정규직과 계약직의 중간단계인 ‘중규직’이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현재 은행 내 비정규직은 많지 않다. 1분기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계약직은 1295명이고 신한은행 781명, 우리은행 769명, KEB하나은행 52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변호사, 펀드전문가 등의 전문계약직이거나 시간선택제 근로자여서 정규직 수요가 없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IBK기업은행과 씨티은행이 발표한 정규직 전환은 단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편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씨티은행도 일반사무 전담직원 등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300명의 정규직 전환 의지를 밝혔다.
통상 무기계약직은 복지 등에 있어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고 있지만 임금이나 승진에 있어 차이가 있다. 앞서 진행된 시중은행의 정규직 전환도 무기계약직을 포함하거나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채용절차를 아예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중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비용이다. 은행권에서 비정규직 혹은 ‘중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다만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3200명의 정규직 전환시 연 600억원의 추가지출을 예상한 바 있다. 중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보다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과정의 부담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임금이 높아진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인력을 줄이는 마당에 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을 효율화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은행권은 이같은 중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단기간 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의 비정규직 채용 비율은 5%에도 미치지 않아 다른 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비율은 28.0%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른바 ‘중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매년 채용하던 일부 계약직 직원을 올해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