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이어 다른 계열사 속속 도입, 반도체 등 초격차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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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 계열사들이 잇따라 기술임원 직급인 '마스터'를 도입했다. 마스터는 임원 중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 '귀하신 몸'이다. 삼성은 마스터 제도 확대를 통해 핵심 기술인재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장기적인 연구개발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17일 관련업계와 회사측에 따르면 최근 임원 승진인사에서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상무급 기술임원인 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기는 변정수 PLP사업팀 개발팀 수석을, 삼성SDI는 양우영 소재R&D센터 소재개발1팀 소재설계그룹장과 유은선 전자재료사업부 디스플레이소재사업팀 개발2팀 담당을 마스터로 선임했다.
이 제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첫 시행했다. 연구원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로 지속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삼성전자에는 올해 선임자 포함 총 65명의 마스터가 활동한다. 전체 임원수(994명) 대비 6.5%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올해 승진자 포함 11명의 마스터가 있다.
마스터들은 인력, 프로젝트 등 조직관리를 통한 목표 달성 부담없이 장기적인 연구개발 활동만을 전담한다. 차량, 출장지원 등은 임원급 혜택을 받는다. 삼성은 상무들에게 K7 등 3000cc급 차량을 제공하고 해외 출장시 비즈니스석을 지원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을 예우한다는 삼성의 기술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을 부르는 또 다른 호칭은 '최고기술전문가'다. 사원증과 명함에는 '마스터'가 명시돼 다른 임원들과 차별화된다.
연구개발 직군의 수석 연구원들은 경영 임원으로 성장하는 '관리자 트랙'과 마스터로 성장하는 '전문가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관리업무에 시간을 뺏기게 되는데 마스터를 선택하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는 삼성의 기술 리더십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장은주 삼성전자 무기소재랩 마스터는 ‘나노 소재 구조설계와 합성·제조 최고 전문가’다. 그는 삼성전자 TV에 친환경 나노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해 색 재현력과 화질을 높였다.
김성협 삼성전자 DS부문 생산기술연구소 마스터는 '최고 시뮬레이션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반도체 생산시 온도와 재료량 등 다양한 변수를 두루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 10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했다.
임정돈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마스터는 초고속 회로 설계기술을 통해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실력자다. 삼성전자는 도시바보다 낸드플래시를 늦게 개발했지만 세계 최초로 3차원 구조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윤영권 삼성전자 무산사업부 카메라개발그룹 마스터는 2002년부터 줄곧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 하드웨어 연구∙개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윤 마스터 팀에서 개발한 카메라 모듈은 갤럭시 S 시리즈에 꾸준히 탑재되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 S7에서는 최초로 '듀얼 픽셀(dual pixel)'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마스터를 선발해 왔다. 이번에 마스터를 도입한 삼성전기와 삼성SDI 역시 마찬가지다.
변정수 삼성전기 마스터가 속한 PLP개발팀은 인쇄회로기판(PCB)이 없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삼성전기는 올해부터 PLP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총 2632억원을 투자한 천안 PLP 양산 라인을 2분기 중 가동한다.
PLP 기술은 무선주파수(RF) 칩,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적용 가능하다. 모듈을 작게 만드는 데 유리하고 생산 비용도 기존 공정 대비 20% 이상 낮다.
삼성SDI는 배터리 소재분야(양우영 마스터), OLED 소재분야(유은선 마스터)에서 마스터를 선임했다. 배터리와 OLED 소재는 삼성SDI의 양대 축이다. 특히 전자재료는 올해 1분기 매출비중이 36.8%로 전년 동기 대비 3.8%p 상승하며 효자로 안착 중이다.
양 마스터는 배터리연구소 차세대연구팀 연구4Lab장을, 유 마스터는 전자재료사업부 디스플레이소재사업팀 개발1그룹장을 역임했다.
삼성 관계자는 "마스터 도입을 통해 삼성은 중장기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 개발과 전략사업의 핵심기술 확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