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사랑은 잡으려 하면 도망가. 사랑은 마치 아코디언 소리와 같아. 거기에 취해 그 속이 궁금하다고 뚜껑을 열어보면 결국 빈 공간뿐이거든.”
연극 ‘미친키스’는 조광화 연출가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남자충동’에 이어 두 번째로 올라 ‘조광화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작품은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 장정(조동혁‧이상이)과 신희(전경수·김두희), 인호(손병호·오상원)와 영애(정수영·김로사) 부부, 그리고 장정의 동생 은희(이나경)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다.
‘미친키스’는 자극적인 제목처럼 현대인들의 관계에서 오는 고독과 사랑에 대한 왜곡된 열정, 집착과 파멸을 직설적, 혹은 역설적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자기 존재의 불완전함과 충족되지 않는 인간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이를 단순하게도 접촉에 의한 열망으로 채우려는 인물들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극 중 장정은 결혼을 약속한 연인 신희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장정에게 사랑이란 곧 신체접촉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키스와 육체적인 관계로 사랑을 요구한다.
하지만 신희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어디론가 떠나려 하고, 이때부터 두 사람의 구질구질한 이별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 신희는 장정에게 벗어나 인호의 품을 택한다. 인호의 부인 영애는 사설탐정으로 일하는 장정에게 남편을 향한 부재와 욕정을 풀려 한다. 그리고 은희는 자신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인호에게 기대며 허망함을 채우려고 애쓴다.
단순한 불륜과 원조교제와는 이야기가 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키스로, 육체적인 관계로 풀 뿐이다. 네 사람의 관계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감정은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등만 바라보는 연출의도가 ‘미친키스’의 포인트기도 하다.
특히 100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사랑하는 연인을 붙잡으려 하는 장정의 행동은 분노, 폭력, 애절함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내 후회하고 또 같은 행동을 저지르는 찌질한 그의 모습은 연민과 실소를 자아낸다.
이상이는 모든 것이 결핍한 장정이라는 캐릭터를 온 몸으로 표현했다. 대사 전달력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연극 첫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넘치는 에너지로, 섬세한 표현으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모든 감정을 분출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또 악사 미미의 아코디언 연주는 자신의 사랑을 집착임을 모르는 장정의 상태와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의 관계를 파괴하고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상황을 경쾌하면서도 허망한 소리로 풀어낸다.
‘남자충동’, 그리고 ‘미친키스’까지. 조광화의 작품에서는 단순히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의 짜임새와 조명까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에서 연출가의 역량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림자로 주인공의 고통과 불안함이 더욱 잘 보이게 만들었고, 가장 밝은 조명을 사용해 그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밝히면서 또 다른 관점 포인트를 만들어 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연 당시 특색이 있던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순화시켜서 인지,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주제가 ‘불안’ ‘결핍’ ‘열망’ ‘욕정’이라는 단순한 단어들 외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미친키스’는 예정됐던 21일에서 일주일 앞당긴 14일까지 대학로 TOM1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19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프로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