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수요 급증, 전문 브로커 인기
법적 위험 커 사회 문제 확대 가능성도 제기돼
[뉴스핌=백진규 기자] #난징(南京) 출신 30세 남성, 결혼증 발급 후 3일 안에 이혼 가능. 가격 5만위안.
몇 년 전부터 ‘가짜 애인대행 서비스’가 유행하더니 최근 위장 결혼 서비스가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구매, 미혼모의 자녀 출생, 거주지 이전, 이민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면서 전문 브로커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위장 결혼 서비스란 계약 상대방과 정식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증(結婚證)을 발급받은 뒤 추가적으로 필요한 수속을 마치고 다시 이혼하는 것이다.
‘서비스’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결혼 상대방의 거주등록지와 혼인증 발급 목적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보통 1만5000위안~10만위안(약 1644만원)내에서 결정된다.
<이미지=남방도시보> |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부터 위장 결혼 시장이 암암리에 발전해 왔으며,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중국 일간지 남방도시보 (南方都市報)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부가 베이징 상하이 등 1~2선 도시별로 강력한 부동산 구매제한 정책을 펼치자 해당 지역 호적(호구)를 얻기 위해 결혼하겠다는 문의가 늘어났다는 것. 중국은 거주 지역별로 부동산 구매 수를 제한하고 있어, 외지인의 경우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해당 지역 부동산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자녀 출생을 앞둔 미혼모가 준생증(準生證) 발급을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호적에 올릴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위장 결혼을 통해 자녀에게 더 좋은 지역 호적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 결혼을 통해 준생증을 발급받고 다시 이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일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로 결혼식을 치르는 커플도 있으며, 보통 3~4만위안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가짜 가족과 가짜 하객을 준비한다.
위장 결혼 수요가 늘어나면서 SNS를 통해 브로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가짜 결혼’을 검색하면 ‘부동산’, ‘출생’, ‘이민’등 각 분야 브로커들과 상담이 가능하다.
일부는 해외 이민을 목적으로 위장 결혼 브로커를 찾기도 한다. 특히 미국 그린카드를 소지한 경우 위장결혼 비용은 35만위안까지 치솟았다. 한 브로커는 “미국의 경우 위장결혼자들이 많아 관련 당국의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 비용이 훨씬 비싸고, 가짜 결혼이란 사실이 적발돼 중간에 귀국한 케이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는 위장 결혼을 앞두고 쌍방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서류를 준비한다. 서로의 재산, 사생활, 가족부양, 자녀 친권 등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권리 계약서와, 어느 시점에 이혼하겠다는 이혼약정서 등이다.
하지만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단 결혼신청을 하고 혼인증이 발급된 이상 법적 부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상대방의 재산권, 양육권 등에 대해 한쪽이 악의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경우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혼인가정법학연구원의 리밍슌(李明舜) 부회장은 “일방이 강제하지 않은 이상, 돈을 통한 계약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혼인신청을 한 쌍방은 부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리 부회장은 이어 “결혼과 이혼 절차가 간편하고 사회적 비용이 낮은 편이어서 혼인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결혼 제도를 악용하지 않게 하려면 결혼하지 않고도 거주지 이전, 부동산 매입 등 권리를 동등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