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댓글, 사회갈등 조장”…신뢰도 38%
성별·연령 편향뚜렷, 전문가 “여론으로 단정못해”
부정확성 알고 활용하면 의미있는 결론도출 가능
[뉴스핌=김규희 기자] 선거를 치를 때면 정치권에서 댓글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지난 16일 국민의당은 문재인 후보의 공식 팬클럽이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해 여론몰이를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대선에는 국정원이 조직적인 댓글 부대를 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댓글이 과연 여론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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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 댓글 신뢰 안해...“사회갈등 조장”
지난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댓글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온라인 댓글 작성 경험자 8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7.9%만이 ‘댓글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댓글의 정서적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응답자의 84.2%는 ‘댓글이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고 했고, 81.2%는 ‘댓글이 사회갈등을 조장한다’고 응답했다.
정치권에선 ‘SNS 대응팀’까지 운영하며 ‘댓글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네티즌들은 댓글을 잘 믿지도 않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댓글은 여론을 볼 수 있는 한 창구로 봐야지, 여론으로 보기엔 부정확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이전 시대를 생각하면 TV, 신문 등 매스미디어에서 많이 보도되는 것이 여론으로 여겨졌다. 더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게 인터넷 시대로 와서 댓글로 변화한 것”이라며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터넷 댓글은 성별, 연령 등 전반적으로 표본이 편향돼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댓글 문화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 모바일 뉴스 사이트 댓글 100만개 중 80%가 남성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와 30대는 각각 전체 인구의 13%, 15%에 불과하지만 모바일 뉴스 댓글의 23%, 32%를 차지한다. 반면 50대 이상 인구는 전체의 35%지만 모바일 뉴스 세계에서는 15%에 불과했다. 인터넷을 접하기 쉬운 젊은층이 댓글을 많이 작성한 것이다.
◆ 인터넷 댓글, 감정 쓰레기통?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깎아내리는 댓글에 비공개 버튼을 마구 눌렀다. 댓글도 하나 썼다. 이씨는 “기존 댓글에 공감, 비공감 버튼을 누르거나 직접 댓글을 작성할 때면 내 감정이 거기에 담긴다. 공감 또는 비공감 버튼을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의 비리, 의혹들과 자극적이고 절망스러운 사회 이슈에 감정적으로 댓글을 작성한다. 해당 문제의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대부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분풀이’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댓글이 곧바로 여론이 될 순 없지만 이를 여론을 파악하는 창구로 잘 활용한다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특정 사회 이슈에 있어 국민감정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박경우 동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댓글을 쓰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며 “인터넷 댓글이 곧 여론이라고 결론 지을 순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터넷 공간은 기본적으로 실제 공간보다 더욱 개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신 중앙대 교수도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5%도 안된다”며 “댓글이 여론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부정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활용한다면 의미는 있을 것”이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