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 '이탈리' 이흥주 총괄쉐프 인터뷰
전통 이탈리아 식문화 전도사...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 꿈꿔
[뉴스핌=이에라 기자] "잘 먹고 마시기 않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Life is too short not to eat and drink well)."
경기도 성남의 현대백화점(판교) 지하 1층 식품관 옆 '이탈리(EATALY)' 매장 앞 붉은 벽에 걸린 글귀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식재료 브랜드 이탈리가 국내에 처음으로 오픈한 이 매장은 500평이 넘는다.
국내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 규모로도 단연 최대다. 2010년 미국 뉴욕 진출 이후 뉴요커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탈리아 본고장을 비롯해 일본, 미국, 두바이, 터키 등에 진출해 있다.
이탈리는 요리만 파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그로서란트다. 마켓(그로서리)과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란트. 먹거리와 쇼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정신인 '먹고(Eat), 쇼핑하고(Shop), 배운다(Learn)'는 정신을 이 컨셉에서 엿볼수 있다. 이곳에는 파스타 생면에서 와인은 물론 이탈리아 주방용품과 요리책도 구매할 수 있다. 파스타와 피자 같은 이태리 전통 요리와 '카페 베르나로'라는 에스프레소 매장, 젤라또와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벵키' 등도 함께 있다.
이탈리의 가장 큰 무기는 이흥주 총괄쉐프다. 이 쉐프는 국립 이탈리아호텔학교에서 요리학을 공부하며 정통 이태리 요리를 공부해온 베테랑이다. 현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호텔 등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왔다. 그는 전통 이탈리아 요리를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동양인이 많지 않는 소도시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요리를 배웠다.
이흥주 이탈리(EATALY) 총괄 쉐프 /김학선 기자 yooksa@ |
2015년 8월 판교점 오픈 때부터 총괄쉐프를 맡고 있는 이탈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한국식 이탈리아 요리가 아닌 전통 이탈리아 식문화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탈리에서는 식전빵과 함께 제공되는 발사믹 식초를 볼 수 없다. 전통 이탈리아 빵 속에는 천연 발효종이 남아 있어 발사믹 식초에 찍어먹지 않아도 맛이 나기 때문이다. 식전빵도 바구니가 아니라 종이봉투에 나온다. 수분이 방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파스타 요리를 주문해도 피클이 따라 나오지 않고,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먹을 수 있는 스푼도 없다. 피클 없이 파스타 고유의 맛을 보고, 스푼 없이 포크로만 파스타를 먹는 이탈리아 식문화를 그대로 재현한 탓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생면으로 탄생한 까르보나라는 한국식과 달리 치즈와 달걀 노른자로만 만든다. 노란빛의 까르보나라와 피클 없는 파스타를 처음 접한 손님들이 모두 이를 반가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이탈리에 적응하는 손님들은 늘어갔고 분당은 물론 서울에서 오는 단골들도 늘었다.
"한국식 이탈리아 요리에 익숙한 손님들이 피클을 가져달라고 하면 이를 거절하진 않아요. 스푼도 원하시면 드릴수 있어요. 하지만 '이탈리'라는 공간에서만큼은 이탈리아 음식과 식문화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현지에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식문화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이탈리 나이트'는 이 같은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흥주 쉐프가 직접 이탈리아 음식과 식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비법을 전수하는 일종의 푸드쇼로 볼 수 있다.
이탈리 레스토랑의 가구도 모두 이탈리아 현지에서 공수해왔다. 플라스틱 가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까르텔 의자가 매장에서 눈에 띈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는 단체손님들은 와인 양조장이라는 뜻을 가진 조그만 룸 '와이너리'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와이너리룸은 이탈리 한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100여 개 브랜드의 와인으로 가득 차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와이너리가 더 특별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곳으로 여겨진다.
이 쉐프는 제철 재료를 활용해 이것저것 요리를 해보고 신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직접 제철 재료를 살펴보고 구매하기 위해 전남 영암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스테이크 요리에 우거지라는 곁들임을 고민하며 신메뉴 개발을 위해 고민하기도 한다. 이 쉐프는 지난해 서울의 레스토랑이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것을 보고, 이탈리도 미슐랭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판교가 서울에서 멀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막상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이탈리아 전통 식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탈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미슐랭 별을 받는 것도 먼 얘기는 아니겠죠."
◆이흥주 이탈리(EATALY) 총괄쉐프
-1977년 12월 15일 출생
-경희대 식품공학 전공
-국립 이탈리아호텔학교 요리학(Alberghiero di Spoleto)
-해외 경력(2007년 5월부터 9년 2개월)
이탈리아 스폴레또 호텔
토스카나주 Arnolfo 레스토랑
움브리아주 Il Bastiglia 레스토랑
움브리아주 리스또란떼 칸티나 데이꼬르비 레스토랑
시칠리아 리스토란테 꼬리아 레스토랑
시칠리아 두오모 레스토랑
캄파냐주 Capo d’orso 레스토랑
피에몬테주 Il centro 레스토랑
-2015년 8월~ 판교 현대백화점 이탈리 총괄셰프
이흥주 이탈리(EATALY) 총괄 쉐프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