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본드 발행 올해 1500억달러 전망..운용사 펀드 개발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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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 정책과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이 원자재 가격을 띄울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론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석탄부터 철강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과 부양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를 살리는 데 현실적인 장벽이 예상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석탄화력발전소. <사진=뉴시스> |
에너지 및 원자재 투자 자금이 몰린 곳은 따로 있다.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이른바 그린 본드. 투자 수요가 점차 뚜렷하게 확인되자 펀드 매니저들은 관련 상품을 준비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거듭 밝힌 한편 분납금 납입을 전면 철회한 사실을 감안할 때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19일(현지시각) 비영리 기관 기후채권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본드 발행액이 81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발행 규모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본드는 그린에너지 인프라와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채권으로, 발행 규모가 지난 2012년 약 30억달러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린본드의 발행자는 애플과 토요타 등 글로벌 기업부터 뉴욕 지하철공사(MTA), 미국 지방정부와 프랑스 및 폴란드 정부까지 매우 다양하다.
채권 발행이 훈풍을 내면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몰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니나 미슈라 이사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그린본드는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틈새 시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관련 상품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출시된 밴엑 벡터스 그린본드 상장지수펀드(ETF)와 2월 말 출시된 마이로바 글로벌 그린본드 펀드가 사례다.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인 밴엑의 에드워드 로페즈 ETF 상품 운용 헤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그린본드 시장이 ETF 운용이 가능할 정도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고 전했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마이로바의 모기업인 마틱시스 애셋 매니지먼트는 유럽에서도 그린본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알리안츠와 악사,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들이 이미 상당수의 그린본드 펀드 및 ETF를 운용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에 따르면 기존에 발행된 그린본드 가운데 유로화 표시 채권이 37%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맥크넷 펀드매니저는 “발행과 투자 수요 측면에서 유럽시장이 미국에 비해 크다”며 “미국 역시 추세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미국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본드의 조용한 성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으로 떠들썩하게 관심을 모았던 원자재 섹터와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식 취임 직후 다코타와 키스톤 KL 송유관 건설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승인한 뒤 관련 제품을 미국산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8일 미국인 고용과 미국산 제품 사용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호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는 관련 업계의 실질적인 반사이익에 대해 회의적이다. 클락슨스 플라토 증권의 리 맥밀란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멕시코 국경 지대의 장벽 건설을 필두로 대형 프로젝트에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온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 업계의 회생에 커다란 야심을 드러냈지만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 시카고 트리뷴은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 업계 고용을 회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고, 테네시계곡개발청(TVA)의 빌 존슨 청장은 쿠리에저널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화력 발전소를 회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