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강세..투자자 소프트 브렉시트에 베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을 요구한 것은 본격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 앞서 내부적인 이견을 해소하는 한편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이 총선을 받아들일 의사를 밝힌 데 따라 오는 6월8일 메이 총리의 요구대로 조기 총선이 이뤄질 여지가 높은 상황.
이미 노동당에 비해 20% 이상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집권 보수당이 총선에 승리하면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점쳐 지지만 리스크 역시 없지 않다.
테레사 메이 <사진=블룸버그> |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들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개월이 지나는 사이 고개를 든 불확실성과 경기 후퇴 조짐으로 인해 당시 결정을 후회하는 이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조기 총선 승부수, 왜 = 지난 2016년 7월 총선에서 승리한 메이 총리는 임기가 종료되는 2020년까지 조기 총선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도 단호했던 그가 18일(현지시각) 전격적인 조기 총선 의사를 밝힌 것은 보다 탄탄한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EU와 협상을 전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공식 발표문에서 “영국이 결속하고 있지만 정부와 의회는 그렇지 않다”며 “의회의 분열은 성공적인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데 위험 요인”이라고 주장해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메이 총리가 지금까지 제시한 노선은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라는 것이 주요 외신과 투자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3월 29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9개월만에 EU 탈퇴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앞서 그는 유럽의 단일시장에서 발을 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50조 발표 당시 메이 총리는 EU와 깊고 특별한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협상 실패는 곧 세계무역기구(WTO)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상징 머그컵 <출처=블룸버그> |
영국에 불리한 협상보다 ‘노 딜(no deal)’을 택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한 것. 이 같은 모 아니면 도 식의 전략은 소위 ‘소프트 브렉시트’를 원하는 국민과 정치인들 사이에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 ‘하드 VS 소프트’ 브렉시트의 대결 =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요구에 제1 야당 노동당은 반색하는 표정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미 표심 잡기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총선은 파괴적인 ‘하드 브렉시트’로 치닫는 리스크를 여기서 종료시키고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이다.
자유민주당의 톰 파론 대표 역시 이날 공식 발표문을 통해 “이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영국의 유럽 단일시장 잔류를 원한다면, 보다 개방적이고 결속된 영국을 원한다면 보수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기준 유거브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이 44%로, 노동당(23%)과 자유민주당(12%)을 압도적으로 앞지르는 상황이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 결과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이번 총선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이 총리의 승리는 하드 브렉시트를 앞세운 그의 EU 탈퇴 전략에 크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반면 ‘프로 유럽’을 지지하는 정당이 득세할 경우 공격적인 행보에 반기를 드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