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과 영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기업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이슈로 떠올라 주목된다. 주주총회 시즌과 9월 총선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에서 소수지분을 가진 독일 사회민주당(SPD)이 상장기업의 CEO 등 임원 연봉 수준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최대 통신사인 BT 그룹의 CEO 가빈 패터슨이 BT 그룹에서 도입된 임원상여금 회수 계약의 첫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와 주주들의 임원 보수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도 있었지만, 지난해 이탈리아 사업에서 손실분을 다시 산정하면서 패터슨의 연봉삭감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 평균연봉 수준이 영국보다 훨씬 낮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CEO를 포함한 임원보수가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 상장기업의 CEO연봉 평균은 직원의 50배이다. 영국과 미국은 각각 130배와 275배였다.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특히 9월에 총선이 있는 독일에서 지난 12일 사회민주당이 CEO연봉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사민당은 현재 메르켈 대연정에서 소수지분을 가진 정당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CEO 연봉이 올해 독일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뜨거운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사진=신화/뉴시스> |
◆ CEO 연봉 상한, 세금공제 배제, 연봉삭감 등 담아
이번 법률안에는 ▲주주총회에서 CEO 연봉의 상한선을 정할 수 있고 ▲50만 유로 이상 연봉에 대해서 세금공제를 배제하고 ▲성과 미달이나 부정 행위시 연봉 삭감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FT는 전했다.
독일 최대 투자그룹인 유니온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책임자 인고 스파이치는 "임원보수는 슈퍼 핫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투자자 대표기관인 DSW에 따르면, 독일 우량주를 담은 DAX인덱스 기업 CEO연봉은 2015년 약 510만 유로로, 미국과 영국의 1640만 유로 및 680만 유로에 미치지 못하고 프랑스의 470만 유로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사민당 의원 카르스텐 슈나이더는 "1950~60년대 '경제기적' 때에 15~20배이던 CEO연봉이 오늘날에는 50배 이상으로 직원 연봉과 간격이 벌어졌다"면서 "과연 그들이 그만큼 회사에 기여하고 있고 또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그룹 Eon은 "이미 우리 회사는 CEO 연봉에 대해 투명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번 법률안을 환영했다.
반면 아디다스나 뮤니히 재보험 등은 이에 반대 관점을 보였다. 뮤니히 재보험의 전 CEO 니콜라우스 폰 봄하르트는 "이 문제는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은 3개 기업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3개의 기업에 압력을 가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데도 수만개의 규제를 도입하는 잘못된 관행에 젖어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사민당은 입법 의지를 꺾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민당 의원 요하네스 페흐너는 "CEO 연봉 제한은 우리 독일의 시장경제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