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흡연 감소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판매량 3개월 연속 감소…흡연률 감소에 한몫
덜 혐오스런 그림달라는 손님에 담배가게 곤혹
경고그림 가리는 매너라벨·케이스 인기 대폭발
[뉴스핌=황유미 기자] "저희가 무슨 죄인가요. 나라에서 시행하는 건데." 서울 여의도역 인근 한 편의점 오후 아르바이트생 김모(남·25)씨는 담뱃갑 경고그림 이후 번거로운 일이 많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덜 징그러운 경고그림이 있는 담뱃갑으로 바꿔달라는 손님에다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를 시범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씨는 "종종 '왜 그림이 이런 것밖에 없냐'고 화내는 손님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시행된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이후, 목표했던 담배 판매량 감소는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덜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의 담배를 고르는 손님들 때문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충은 늘어났다. 경고그림을 가리는 '매너라벨'도 등장했고 담배케이스 판매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금연정책의 하나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를 도입했다. 올해 생산되는 모든 담배의 담뱃갑 앞뒷면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성기능장애 등 10종의 경고그림이 표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2월 담배 판매량이 2억 4000만갑으로 지난해 11월 3억1000만갑에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2억9000만갑, 올해 1월 판매량은 2억 8000만갑이었다. 지난 2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4% 감소하기도 했다.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판매량 감소세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금연 치료 지원, 금연 캠페인 등 다각적 정책의 결과"라며 "특히 지난해 말 경고그림을 전면 도입하면서 담배 판매량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과 다르게, 경고그림 도입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조금이라도 혐오감이 덜 드는 그림이 부착된 담배를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이나 주인을 닦달하거나, 짜증내는 손님들 때문이다.
여의도역 근처 편의점 주인 이모(여·54)씨는 "담뱃갑 고르시는 분들이 꽤 많다"며 "경고그림이 안 붙은 담배를 달라거나, 경고그림을 바꿔달라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서대문구 충현동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윤모(여·38)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씨는 "저는 화내시는 분까지는 만나본 적 없는데, 마음에 드는 경고문구가 나올 때까지 담배를 달라고 하시는 분들 때문에 손님이 몰리는 바쁜 시간대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흡연자들 역시 담뱃갑 경고그림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강모(남·31·엔지니어)씨는 "그림 없는 담배가 있을 때는 아예 보루째 사놓을 정도"라며 "피가 보이거나 그런 그림들은 징그럽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고그림 기피 현상 때문에 일부 담배판매점에서는 '매너라벨'이라 불리는 스티커를 비치해 놓기도 한다. 매너라벨은 흡연 경고그림 문구 크기로 붙일 수 있는 스티커로, 혐오스러운 그림을 가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붙이기 쉬운데다 일부 편의점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어 흡연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옥션 캡처> |
뿐만 아니라 담배 케이스도 흡연자들의 선호품목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담배 케이스'를 치면 금속, 가죽 소재의 다양한 케이스들을 찾을 수 있다.
12일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담뱃갑 경고그림이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비해 지난 3월의 담배케이스 판매는 2015% 증가했다. 2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1만원대의 담배 케이스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권모(여·30)씨는 "매번 그림을 고를 수도 없고 징그러운 그림이 많다보니 (보기에) 불편한 게 사실"이라며 "그림 크기가 커서 눈에 잘 보이다 보니 케이스를 구매해 담배를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옥션 관계자는 "(경고그림이 도입되기 이전인) 지난해에는 담배케이스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는데, 경고그림 도입 이후 확 증가한 것"이라며 "지난해에 워낙 적게 팔리다보다 엄청난 증가율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