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MMF에서 뭉칫돈 빠져나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동면하던 증시 주변 자금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미국 주식과 채권펀드로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상당 부분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올해 자금 시장의 추세적인 턴어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다.
미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와 시장조사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식과 채권 펀드로 총 162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시장의 눈길을 끄는 것은 올들어 지난 2월까지 MMF에서 75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와 주식과 채권 펀드로 유입됐다는 점이다.
MMF는 지극히 저조한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안전성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자금이 MMF에서 주식 및 채권 펀드로 이동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선호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채권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은 1000억달러를 상회,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펀드로 유입된 자금도 398억달러로 2015년 2분기 이후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연초 MMF에서 주식 및 채권펀드로 자금이 이동한 일은 지난 2010년에도 발생했다. 당시 1~2월 사이 유출된 자금은 1800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뉴욕증시의 장기 강세장 초기 단계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올해 자금 동향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월 헬스케어 개혁안의 불발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였고, 이 때문에 지난달 MMF의 자금 동향에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투자 심리의 변화가 뚜렷한 만큼 강세장의 지속성을 섣불리 장담하기보다 확인 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MMF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주식시장의 고점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프링어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리의 키스 스프링어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MMF에서 펀드로 자금 이동은 이제 시작 단계로 보인다”며 “MMF의 자금 유출이 5~6분기 지속되기 전까지는 고점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집계한 월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사에서도 주식 비중이 ‘중립’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3월과 흡사한 것으로, 이 역시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분더리히 증권의 아트 호간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미국 경제가 호조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주가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한 차례도 적중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