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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서는 장희문 할머니와 손자 박정기 씨의 청국장 대결이 그려진다. <사진='인간극장' 캡처> |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1TV ‘인간극장’은 3~7일 ‘청국장 대결, 할매vs손자’ 편을 방송한다.
이날 ‘인간극장’에서는 충남 청양군에서 35년간 청국장을 만들어 온 장희문(77) 할머니와 전통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고 자부하는 손자 박정기(30)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기 씨가 할머니의 청국장을 전수받기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온 것은 8년 전,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으나 번번이 낙방하자,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았단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앞날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정기 씨에게 아버지 박용석(55) 씨는 “할머니의 청국장 사업을 이어받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정기 씨는 꼬박 3년 동안 할머니 밑에서 일을 배웠다. 그걸 본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이제 연세도 있고 건강도 챙기셔야 하니 청국장 일을 손자에게 물려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후 청국장 사업은 할머니의 손에서 정기 씨의 손으로 넘겨졌다.
할머니는 고생도 덜고 몸도 편해졌다. 또 손자 부부를 끼고 지내는 ‘복많은 노인’ 소리를 듣게 됐지만 어쩐지 허전하다. 평생 해온 일을 빼앗긴 것 같아서다. 그런가 하면 정기 씨는 아직도 자신이 못 미더워 사사건건 참견을 하는 할머니가 섭섭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걱정하고 인정하는 사이다. 할머니는 고생하는 손자가 안쓰럽고 정기 씨는 아직도 일에서 떠나지 못하시는 할머니 건강이 걱정이다.
함께 한 지 어느덧 8년. 더 깊은 맛이 나는 청국장 맛을 내기 위해 오늘도 대충대충은 허락하지 않는 할머니와 손자, 두 사람의 구수한 봄날을 ‘인간극장’에서 전한다.
◆할머니 장희문 vs 손자 박정기
청국장 만들기 35년차 할머니 장희문 씨는 8년차 손자 박정기 씨가 못마땅하다. 일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은 정기 씨는 불 지피는 기계를 들여놓는 등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지만, 성냥을 이용해 불을 지피는 할머니는 청국장을 만들 때도 옛 방식을 고수한다.
손자에게 청국장 일을 맡긴 후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희문 할머니. 깔끔한 성격의 할머니는 콩 삶는 중간중간에도 넘치는 물을 수건으로 닦고, 지저분한 바닥은 빗자루로 쓸고 한시도 쉬질 않는다. 아직까지 당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게 큰 기쁨이란다.
정기 씨라고 그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이제는 할머니가 편히 쉬시기를 바라는 게 손자의 마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정기 씨와 할머니의 티격태격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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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문 할머니와 손자 박정기 씨의 청국장 대결이 ‘인간극장’에서 그려진다. <사진='인간극장' 캡처> |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
조용할 날 없는 할머니와 정기 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준 건, 다름 아닌 아버지 박용석(55) 씨였다. 살고 있는 인천에서 청양으로 매주 내려와 어머니와 아들의 청국장 일을 도우며 두 사람이 갈등을 겪을 때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곤 했다.
3남 1녀 자식 모두를 공무원으로 번듯하게 키운 희문 할머니. 아버지 용석 씨도 자신처럼 아들이 공무원이 되길 기대했지만 정기 씨는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다. 용석 씨는 미래를 고민하는 아들에게 할머니 청국장을 이어받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정기 씨가 할머니 일을 도운 지 3년 되던 때, 정기 씨에게 청국장 사업을 물려주자고 희문 할머니를 설득했다.
예전에 정기 씨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엔 정기 씨 아내 오송이(27) 씨가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자가 시골로 내려와 결혼을 못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던 할머니에게는 마음에 꼭 드는 손자며느리다.
◆할머니의 전통 청국장, 그 명맥을 잇기 위해
정기 씨와 송이 씨는 할머니의 전통 청국장을 이어 가기 위해 아직도 할머니에게 열심히 일을 배운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전념해온 이들에게서는 배울 게 넘쳐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손자가 내심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정기 씨를 인정하고 격려한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는 청춘이 많은 지금, 정기 씨는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정한 것이 더없이 감사해 청국장 만드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멈추지 않되, 장작을 때고 짚단을 올려 이불을 덮어 주는 정성 가득한 할머니의 전통 방식만은 유지하겠다는 결심이 다부지다.
할머니 곁에서 사진 찍고, 메모를 하며 끊임없이 공부한 정기 씨는 더 많은 사람에게 전통 청국장을 알리는 게 그의 목표다.
‘인간극장’에서는 약속처럼 찾아온 따스한 봄날, 할머니와 손자의 땀과 정성이 가득한 ‘청국장 마을’을 찾아가본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