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시로 마사무네와 오시이 마모루가 합작한 애니메이션의 신기원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이 22년 세월을 넘어 실사영화로 부활했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상 기념비적 작품으로 기록된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인터넷의 개념조차 흐릿하던 1995년, 넷(net)의 개념을 전개하며 세계를 사이버펑크 열풍으로 몰아넣은 이 애니메이션은 휴머노이드가 무기가 되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려 충격을 줬다.
워낙 원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제작단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과연 실사영화가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관과 철학, 황홀한 비주얼, 현란한 액션을 어떻게 재현할 지 관심사였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 쿠사나키 모토코를 맡은 점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렀다.
베일을 벗은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에 대한 인상은 유감이지만 실망에 가까웠다. 물론 원작훼손까지는 아니지만, 그 엄청난 세계관과 심오한 철학은 온데간데 없고 비주얼에만 신경 쓴 모양새가 안타깝다.
첨단 그래픽 기술이 도입된 영화 속 화면은 괜찮다. 모토코가 아찔한 낙하에 이어 유리를 깨고 들어가 총을 쏴대는 혁명적인 시퀀스 역시 그럴싸하게 재현했다. 특유의 격투신이나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넘치는 도시 풍경 역시 잘 묘사했다. 물론 22년 전 원작이 보여준 셀+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의 혁신보다는 덜 충격적이긴 하지만.
문제는 알맹이다. 영화는 모토코가 미션 도중 자신의 과거를 깨닫고, 휴머노이드를 무기화하려는 세력에 복수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 흐름에는 인간과 기계의 불편한 공존이나 불안한 미래상이 담겨 있다. 다만 원작이 품었던 거대한 이야기, 특히 SF애니메이션의 소재를 넷(net)이라는 사이버 세상까지 확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가치나 중요성, 참신함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액션도 다소 김이 빠진다. 질이 떨어진다기보다 분량이 아쉽다. 물론 예고편 속 액션이 다였던 '루시'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원작의 그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떨어진다. 이는 원작이 과감하게 성인물을 지향했고, 영화는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모토코를 중심으로 한 액션들은 원작에 비해 호쾌한 맛이 덜하다.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의 캐스팅에 관해서는 보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단계부터 참 말이 많았는데, 영화를 막상 감상하면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담으로, 기타노 다케시의 카리스마엔 새삼 감탄했다.
참고로 많은 애니메이션 팬을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에 빠지게 했던 원작의 주제가 '리인카네이션(Reincarnation)'은 영화가 끝난 뒤 흐른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