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종착점은, 글쎄요. 하하”
최근 종영한 tvN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를 연기한 배우 연우진과 마주했다. 3개월간 내성적인 성격의 보스 은환기로 살아온 그는 제작발표회를 했던 당시보다 체중이 줄어 있었다. 그는 “작품을 위해 8kg 감량했고, 촬영하는 동안 3, 4kg정도 더 빠졌다”고 했다. 은환기를 연기한 배우 연우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고생 끝에 얻은 것은 사람이다. ‘내성적인 보스’와 함께했던 모든 이들. 극중에서 연우진과 로맨스를 만들어간 배우 박혜수,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학을 톡톡히 한 윤박과 배우들, 그리고 ‘연애 말고 결혼’에 이어 ‘내성적인 보스’로 또 한번 함께한 송현욱 감독과 주화미 작가까지. 모두가 발을 맞춰나간 과정이었다. 그 순간들을 회상하자, 연우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보였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 끝이 나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더라고요. 특히, 은환기는 정적인 캐릭터라 더욱 벗어나는 게 힘들고 아쉬워요. 사실, 작품이 방영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무사히 완주를 했습니다. ‘내성적인 보스’의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가 서로를 믿고 잘 해온 것에 박수쳐주고 싶어요.”
연우진은 마음 놓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배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준 송현욱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모두가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tvN ‘연애 말고 결혼’도 송현욱 감독님과 함께 했어요. 감독님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힘을 내서 자신이 생각한 인물을 그려가는 것에 최선을 다하죠. 그 덕에 서로를 의지했고 원 없이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모두가 애를 쓰면서 최선을 다한 현장이었죠.”
‘내성적인 보스’는 초반 위기를 맞았다. 여러 문제중에 연기 경험이 부족한 신인 여배우 박혜수의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시간이 다소 더뎌졌다는 시선도 있다. 박혜수와 함께 연기한 연우진은 “박혜수는 나만의 체온이었고 나만의 천사였다”며 남다를 애정을 드러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에서 만나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친구를 통해 현장에서 힘을 많이 받았고 많이 웃었어요. 연기 외적으로 취미나 취향 등 서로 공감대가 잘 맞아 떨어져서 이야기도 잘 통했고요. 그 친구가 음악적 조예도 깊어서 덕분에 많이 듣고 배웠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박혜수 씨와 정통멜로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친구를 색으로 비유하자면 갈색이 떠올라요. 화려했던 단풍이 떨어지기 직전의 나무와 닮은듯해요. 서정적인 극에서 한 번 만나 연기할 날이 오면 좋겠어요.”
정적이고 말도 없는 은환기와 만난 연우진, 그는 이번 ‘내성적인 보스’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은환기에게서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꼈다. 색을 비유하자면 무채색 중에서도 검은색이다. 밝은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이 어두운 캐릭터라니. 이를 구분 없이 극에 녹이는 작업은 연우진이 풀어야할 숙제였다.
“내성적인 모습의 디테일을 잡는 것이 힘들었어요. 은환기가 로맨틱코미디와 어울리는 캐릭터일까, 이 부분을 해결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살이 좀 빠졌어요. 답은 현장에서 찾았는데, 사실 인간의 내면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게 결론이에요. 단지 표현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으로 내성적, 외향적의 의미로 나누는 것뿐이죠. 그 톤을 잘 맞춰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저 역시 연기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됐어요.”
연우진은 ‘내성적인 보스’가 ‘나를 찾는 과정’을 그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은환기를 연기하면서 연우진은 스스로에 질문을 던졌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답읒 찾지 못했다. 연우진은 아무리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지만, 정의는 내리지 못했다.
“어렸을 때 저는 숫기도 없고 내성적이었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달라졌죠. 그리고 ‘나’다운게 뭔지 계속해서 생각했어요. 절댓값은 못 찾았지만 근삿값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 않나 싶어요. 은환기를 만났고, 저 역시 은환기에 충분히 매료됐죠. 아무래도 그 과정은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계속해서 스스로에 질문하되 정의는 내리지 말자고 스스로 결단했어요.”
연우진은 새 작품이 들어가기 전 고향에 내려가 있을 생각이다. 본래 작품이 끝나면 고향인 강원도 강릉으로 가서 에너지 충전을 한다. 도시적인 남자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연우진이지만 알고보면 산과 바다가 있는 강릉이 고향인 평범한 30대 남자다. 인터뷰 중에 “혹시 제가 사투리를 쓰지 않았느냐”며 걱정하는 그다. 강원도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박민영과 KBS 새 드라마 ‘7월의 왕비’에서 새 모습을 보일 연우진의 모습이 기대된다.
“작품이 끝나거나 일을 쉴 때는 고향에 자주 가 있어요. 강릉 바다가 참 좋아요. 바다를 보면 제가 마치 망망대해에 돛단배를 하나 띄어놓고 있는 느낌이랄까,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제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고향이 주는 에너지가 저를 위로해주는 듯해요. 이번에 가서 든든하게 재충전하고 와야죠.(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