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대출 가장 많아…지분가치 손실 우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정부가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무담보 대출의 80%를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도 5년후에 받도록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시중은행의 '자율적인 동의'가 있어야 시행되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으로 처리된다. 이는 법정관리에 준하는 제도여서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손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다.
23일 한국산업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 따르면 시중은행은 무담보채권 80%를 출자 전환하고 남은 20%의 만기를 5년 연장 후, 5년 분할상환하기로 했다. 금리도 연 3% 이내로 제한된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수기간이 길어진다.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출자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이 대우조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7144억원에 달한다. 이는 시중은행 중에서는 농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대출채권만 따지면 KEB하나은행은 5026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중 80%를 출자전환 할 경우 총 4021억원을 대우조선 주식으로 갖게 된다.
총 익스포저가 8884억원인 농협은행은 주로 RG를 제공했다. 대출채권은 65억원에 불과하다. 총 익스포저가 5129억원인 KB국민은행과 2337억원의 우리은행은 각각 출자전환 규모가 1101억원, 1102억원이다. 신한은행은 총 익스포저 3098억원 중 출자전환이 190억원에 불과하다.
5개 시중은행의 출자전환 규모 총 7574억원 중 절반 이상이 KEB하나은행의 차지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로 인한 손익의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KEB하나은행은 대출채권이 상당부분 대우조선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대출에 쌓아뒀던 충당금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금융권이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KEB하나은행의 대출 규모가 가장 높아서 출자전환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로 인해 기존 충당금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부담은 작지 않다. 출자전환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우조선의 주가가 떨어지면 평가손실이 즉각 손익에 반영되는 탓이다.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출자전환에 나선 은행의 수익은 급격하게 악화된다.
따라서 시중은행이 대우조선의 주식 가치를 얼마나 평가받고, 또 얼마에 출자전환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 대우조선의 부채를 출자전환 할 때, 신주 발행가는 지난해 매매거래 정지 당시 주가 4만4800원을 기준으로 10%의 할인율을 적용한 바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3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일부 신용평가사 및 증권사에서는 출자전환 규모를 전액 손실로 계산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KEB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의 손실 규모도 상당부분 늘어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채무조정 관련 회의에서 대우조선의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한 이후에 얼마에 출자전환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지분가치 손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